매일신문

[대구 부동산 시장 전문가 진단] 현재 상황과 전망, 그리고 활성화 방안은?

거래 절벽 속 '마피'까지 등장…실수요자 선택 폭 넓어졌다

미분양 물량이 늘어가고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등 대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아파트 값 하락세를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대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채정민 기자
미분양 물량이 늘어가고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등 대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아파트 값 하락세를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대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채정민 기자

대구 부동산 시장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쌓여가고 있지만 쉽사리 소화될 것 같지 않다. '거래 절벽'이라 불릴 정도로 거래량이 크게 줄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대구 미분양 물량은 8천301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데, 8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1천242건으로 작년 8월(2천211건)보다 43.8% 줄었다. 아파트 가격 역시 계속 하락 중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이런 현상을 반기는 실수요자들도 있다.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과 활성화 방안을 간담회 형태로 정리했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 김병환 대구시 건축주택과장,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노기원 대한주택건설협회 대구시회장(㈜태왕 회장), 송원배 대영레데코 대표(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가 인터뷰에 응했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 김병환 대구시 건축주택과장, 노기원 대한주택건설협회 대구시회장, 송원배 대영레데코 대표,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이상 왼쪽부터). 채정민 기자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 김병환 대구시 건축주택과장, 노기원 대한주택건설협회 대구시회장, 송원배 대영레데코 대표,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이상 왼쪽부터). 채정민 기자

-대구 부동산 시장 상황과 특징에 대해 간단히 말해달라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

▶김대명=지난해 11월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연속 하락세다. 올해 7월 7개 구·군에 이어 지난달 수성구까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으나 매매가 하락 폭은 더 커지고 있다.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입주 현상까지 더해지면 매물 적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급매물이 늘면 가격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진우=지역 부동산 시장의 위험은 입주물량이 급증하면서 생겨났다. 대구는 수도권보다 빠른 2021년부터 위기가 시작됐는데 정부 규제가 더해지면서 투자자 시장에서 실수요자 시장으로 조정이 가속화됐다. 물량은 많은데 정부 규제와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수요가 줄면서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원배=팔 사람은 넘쳐나는데 사려는 사람은 지금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형국이다. 부동산은 희소성에 기인해 고가에 구매하는 상품이다. 이것저것 따져보지만 좋은 입지, 학군,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은 물건이 귀하기에 비싸도 어쩔 수 없이 구매한다. 그런데 지금은 매매물량이 넘쳐나고 가격도 하락 중이다. 가격 바닥을 알 수 없기에 꼭 필요한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거래를 미루는 상황이다.

▶김병환=대구는 수도권과 달리 주택 공급이 충분한 상태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가격 하락, 거래량 급감, 미분양 증가 등 주택시장이 급격히 침체됐다. 작년 6월부터 6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선제적으로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구했으나 지난 7월에야 수성구를 제외한 지역이 규제에서 풀렸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향후 전망을 한다면?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이진우=시장이 과열되면 더 올라갈 것이란 불안 심리로 매수세가 이어진다. 반대로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더 떨어질 것이란 불안 심리로 소비는 위축된다. 대구는 이런 불안 심리 탓에 한동안 소비 심리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은 가격 폭락의 위험보다 기간의 위험이 더 큰 시장이다. 소비 심리 회복이 빨라지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겠지만 회복이 늦어지면 시장 위험도는 커질 수 있다.

▶김대명=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기 어려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여전할 것이다. 수요 측면에선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돼 가격이 하락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아직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며 관망하는 수요자들이 있는 데다 고금리,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세, 원자재 가격과 환율 인상 등 대내외적으로 복합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 탓에 더욱 그런 흐름을 보일 것이다.

▶김병환=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등으로 조정대상지역 효과가 상쇄됐다. 주택 가격과 거래량 모두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최근 10년 동안 물가지수가 19% 오른 데 비해 주택가격지수는 30% 상승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거래량 역시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다.

송원배 대영레데코 대표
송원배 대영레데코 대표

▶송원배=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게 세상 이치다. 지난 10년 간 상승세를 이어온 부동산 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은 단계를 거치면서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내려갈 때는 짧은 기간에 급락하게 된다. 연착륙을 바라지만 시장은 항상 뜻대로 되진 않는다. 바닥을 확인해야 상승이 가능하다. 금리 인상, 공급 과잉, 부동산 규제 등 3가지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이 바닥에서 상승으로 전환되는 때일 것이다.

▶노기원=정부 정책이 유지된다면 대구 부동산 시장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역 경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불합리한 규제를 조속히 해제하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부동산 시장 붕괴뿐 아니라 대구 전체 경제의 손실로 이어지고, 다른 산업과 금융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방안이 있을까

▶김대명=건설사 입장에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마냥 공급을 늦출 순 없다. 수요자들이 낸 자금으로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동구, 중구, 남구, 수성구, 달서구 등 5개 구 외에 요건이 되는 지역을 추가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하거나 그 기간을 연장해 분양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초과 공급된 물량을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통해 매입하거나 대구시가 추진하려 하는 매입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재정적 지원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제 부활,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와 금융규제 완화 등 민간이 움직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방안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던 다주택자를 양산하고, 돈 있는 사람이 더 돈을 벌거나 외지 투자자들이 돈을 벌 우려가 커 조심스럽긴 하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지역 경제의 추락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정부에도 건의할 필요가 있다.

▶노기원=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다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한도 확대와 대출금리 지원 등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대구를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할 필요 또한 있다. 청약시장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주택가격이 하락세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제도다.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통장 가입 후 1개월이면 1순위 자격이 부여되고, 지역 우선청약 요건이 사라져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분양권 전매제한 역시 해제된다.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송원배=당분간 미분양을 해소하긴 어렵다. 기존 주택이 처분되고 있지 않는 데다 수년 전 분양한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신규 아파트 분양가보다 저렴하다. 고금리, 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대로 두면 거래 절벽 속에 급매물이 속출,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허용해야 한다. 취득세와 부동산 중과세를 폐지해 세금을 낮춰야 거래가 활성화된다.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제도를 부활시키고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초과 공급 물량을 정부가 비축할 수 없다면 민간에서 비축해 임대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김병환 대구시 건축주택과장
김병환 대구시 건축주택과장

▶김병환=8월 말 기준으로 대구 미분양 물량 대부분은 대기업 것이다. 지역 건설업체의 미분양 물량은 709가구로 전체의 8.5%에 그친다. 현재 공급 주택의 경우 주택보증공사의 분양 보증으로 입주자와 하도급 업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대구시는 주택보증공사와 협의해 대구 일부 지역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 토지 매입부터 분양 승인까지 공사가 사전심사를 실시하도록 해 신규 분양물량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 또 주택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간담회를 열어 민관 합동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아파트를 구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이진우=실수요자에게 최근의 위험은 기회일 수 있다.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분양권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서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 주택 가격도 하락세다. 다만 금융시장이 불안해 실수요자들의 거래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향후 가격 조정에 대한 위험과 더불어 금융시장 위험을 고려해 매입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 그래프다. 하지만 조정 국면의 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혹독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대명=매물 적체 현상과 아파트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수요자들로선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분양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낮아진 급매물이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있는 물건, 할인 분양하는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건설사, 분양업체 등 부동산 관련 업체들이 취해야 할 전략과 정부에 바라는 사항은

▶송원배=건설사는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비용 증가로 분양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분양이 늘면서 사업위험도도 커지고 있다. 사업을 연기하려 해도 금융비용이 증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확정된 사업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연기하는 선에서 이어가지만 확정되지 않은 사업지들은 포기하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이런 흐름을 보이는 것은 시행사업에는 큰 충격이다.

노기원 대한주택건설협회 대구시회장
노기원 대한주택건설협회 대구시회장

▶노기원=당분간 지역 건설사들은 주택 부문이 아니라 비주택 부문으로 사업 방향을 일정 부분 돌리는 노력과 함께 역외사업을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공사,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 등에도 지역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김병환=정부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화해 수립·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미 공급량이 많은 대구는 수도권과 상황이 크게 달라 지역 맞춤형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 또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해제 등 중앙정부의 주택 정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줄 것을 건의한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주택 정책은 지역 상황 반영에 한계가 있어 지금처럼 지역 실정과 맞지 않는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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