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 버팀목 반도체 산업 위기에도 정치권은 나 몰라라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7%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를 9%가량 밑돈 '어닝 쇼크'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부문이 호조를 보였고 스마트폰·가전이 선방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격감한 것을 넘어 무역·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이 8, 9월 두 달 연속 줄면서 무역수지는 6개월째 적자가 이어져 올해 누적적자가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고조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적 경기 침체 등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홀로 헤쳐 나가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가 이를 증명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반도체가 사면초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정치권은 무사안일하기 짝이 없다. 반도체 시설 투자 기업에 법인세를 최대 30%까지 깎아주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이 지난 8월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가 초당적 합의로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과 대조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이어 반도체 산업에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자국의 기술·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키로 함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산업에 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반도체 위기는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경각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반도체 특별법과 법인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규제 철폐로 기업의 투자·고용·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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