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K-콘텐츠의 마중물 될 한글 문헌 전수조사

한국국학진흥원이 옛 한글로 된 문서와 문헌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옛 한글을 연구해 산업화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세계화하는 K-콘텐츠의 확장성을 감안하면 격려할 만하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8천여 점의 한글 고문서와 고문헌을 마중물 삼은 일련의 노력들은 모든 K-콘텐츠의 기본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수조사를 주도할 한국국학진흥원 훈민정음뿌리사업단은 대학·학술기관 등과 협력해 향후 5년에 걸쳐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했다. 시급을 다툴 작업으로 볼 것은 아니다. 보다 정확하고 흥미로운 소재 발굴과 풍부한 고증을 위해서는 오히려 오랜 시간을 투여해도 좋다. 무엇보다 여성과 민초들의 소통 수단이던 옛 한글을 통해 당대의 모습들을 유추해 볼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 과거를 보는 눈은 대개 문자를 깨우친 식자층의 시점이었다. 양반가 남성의 대의에 초점이 맞춰진 문헌과 기록들이 시대적 흐름을 읽는 잣대였던 것이다.

옛 한글 기록이 새롭게 드러낸 전과를 우린 이미 경험했다. 안동 정상지구 발굴 과정에서 나온 무덤 속 편지가 원이 엄마를 알게 했고 조선시대 양반가 내외의 사랑이 요즘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편지 한 통이 미친 영향은 컸다. 소설과 오페라라는 콘텐츠로 완성된 건 물론 안동 관광의 주요 자산 중 하나가 됐다. 고정된 시대적 풍경의 재해석을 가져오는 옛 기록은 무한한 창조의 원천이 된다. 단순한 기록으로 폄하해선 안 될 일이다.

다만 전수조사로 도출될 결과물이 학술적 효과에 국한돼서는 곤란하다. 교과서적 지식 전달에 그칠 것이 결코 아니다. 현 세대도 공감하며 읽고 즐길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활발한 콘텐츠 활용 공모전 등으로 집단 지성과 관심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작은 고리가 무한한 콘텐츠를 끌어낼 열쇠 말이 된다. 단발성 이벤트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도 머리를 맞대 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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