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광물 자원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미-중 갈등의 장기화와 자원민족주의 강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등 글로벌 환경의 변화와 함께 에너지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국내 요소수 대란,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제한으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에너지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붕괴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국가 전략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이명박 정부 이후 소극적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관련 지원 축소, 한국광물자원공사 해체, 해외 자산 매각 등으로 해외자원개발 생태계가 붕괴한 상황이다.
역대 정부들의 해외자원개발 예산을 보면 ▷김대중 정부 1조 2천227억 원 ▷노무현 정부 3조 5천205억 원 ▷이명박 정부 5조 5천328억 원 ▷박근혜 정부 1조 23억 원 ▷문재인 정부 3천952억 원으로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 축소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너지 안보 측정을 위한 지표로 활용되는 자원개발률은 석유·가스의 경우 작년 기준 10.7%, 광물의 경우 29.7%에 불과하다. 전기차 등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신전략광물'(리튬, 희토류)의 자원개발률은 2013년 9.6%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져 지난해 2.4%로 나타났다. 특히 '희토류' 자원개발률만 보면 2014년까지 24.9%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2015년 3.9%로 떨어지더니 최근 5년간 1%대에 머물다 지난해 0.2%까지 떨어졌다.
자원개발률은 총수입량 대비 자국이 통제 가능한 자원확보량의 비율로서 에너지 안보 측정을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해외자원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한 건 김대중 정부 때부터였다.
김대중 정부는 자원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자원개발을 핵심 골자로 하는 '제1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안정적인 해외자원개발 추진을 위한 정책적 기틀을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도화시켜 자원개발 기업에 대한 단순 자금 지원에서 정부가 직접 광구 확보를 지원하는 '사업 선도' 정책으로 전환했다. 당시 6대 광종이던 ▷유연탄 ▷우라늄 ▷동 ▷니켈 ▷아연 ▷철광석 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3차 해외자원개발 계획에 반영시켰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자원개발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자원외교'를 내세우며 임기 내 최대 25%의 자원개발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하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 결국 부실 인수라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이끈 공기업 사장들을 고발했다. 해외 광구를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해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원개발 비리'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은 적폐로 몰려 계속 규모를 축소했다. 해외 광물 자산의 부실과 손실이 확대되자 해외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 절차를 밟아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해체하고 2021년 9월 광해관리공단과 통합시켰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설립 목적과 기능을 규정한 광해광업공단법은 '해외 투자사업의 처분'을 주요 사업으로 명시했다. 광물자원공사법에 있었던 '해외 광물자원 개발'이란 문구는 삭제됐다. 사실상 해외 광산에 대한 공기업의 신규 투자가 불가능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해외자원개발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한국형 자원 안보 전략 수립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8월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년 단위의 자원안보 기본계획 수립 및 자원안보위원회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 자원 안보에 관한 특별법'(약칭 자원안보법)을 발의했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정운천 의원(국민의힘)이 해외자원개발 정책의 적극적인 추진 주문에 산업부 이창양 장관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회는 신속한 법안 처리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는 자원 안보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일관된 정책 추진과 정책금융 지원 체계를 강화해 사업의 불확실성과 고위험에 대응해야 한다.
더불어 해외자원개발의 노하우와 기술이 집적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기능 활성화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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