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 경제 뇌관’ 지목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비상한 대응을

한국은행이 10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38만 가구가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으며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다고 한다. 미국발 '킹달러' 현상에 따른 도미노 금리 인상이 경제 취약층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도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올해 두 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 총가계부채가 1천800조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1.0%포인트 오르면 대출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만 13조 원이나 된다. 고위험·취약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이 임계점을 넘을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회사들의 부실 위험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저금리 기조를 틈탄 가계부채 폭증이 대한민국 경제에 부실 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진작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폭증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가계부채를 안게 됐다. 그 증가 속도도 OECD 회원국 평균의 6배나 된다. 위험 수준의 가계부채는 취약층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금리의 급격한 인상 여파는 내수 및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결코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취약계층 상환 부담 완화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두 토끼 중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의 유기적 협조가 매우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서로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습마저 보여 유감스럽다. 가계부채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는 물론이고 일본 같은 장기 불황 늪에 빠질 수 있다. 금융정책 당국의 총력 대응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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