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간 30주년 '시와반시' 강현국 주간 "프로와 아마 경계 있어야"

전국 첫 지역 계간 문예지…엄격한 신인 발굴 기준 유지
30년간 등단 시인 68명에 불과…김개미·유홍준·신동욱 배출
"적자 없이 운영하지만, 후계자 없어 걱정 커"

강현국 시와반시 주간이 시와반시 올해 가을호(통권 121호)를 들고 있다. 신중언 기자
강현국 시와반시 주간이 시와반시 올해 가을호(통권 121호)를 들고 있다. 신중언 기자

"우후죽순 늘어난 문예지를 통해 수준 미달의 시인이 양산되는 게 현재 국내 문단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축구도 월드컵과 골목축구로 나눠지는 것처럼, 문학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명확히 서야 합니다."

전국 최초의 지역 계간 문예지 '시와반시'의 발행인인 강현국 주간은 그동안 잡지를 운영해온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시와반시'를 30년간 이끌어온 그는 유의미한 역사를 썼다는 기쁨보다는, 현 문단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더 앞선 듯 보였다.

올해로 창간 30주년을 맞은 '시와반시'는 대구에서 발간하는 시 전문 계간 문예지로, 실험적인 모더니즘 문학을 지향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수십년간 꾸준히 잡지를 발행한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시와반시'가 문단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강 주간은 "문학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시인들은 실력이 있어도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창간한 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처음엔 사명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잡지가 내 작품처럼 여겨져 즐거움도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시와반시'는 등단의 문턱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문예지다. 매년 봄호와 가을호에 신인상을 발표하는데, 지난 30년 동안 등단한 시인이 단 68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보면 매년 2, 3명 정도를 데뷔시키는 셈이다. 심사위원들의 기준을 충족시킬만한 수작이 없다면 과감히 건너뛴 해도 많았다.

강 주간은 신인 발굴을 위한 기준을 꿋꿋이 유지해온 것이 '시와반시'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0년간 신인들을 발굴하는데 엄격했던 것은 자부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와반시를 통해 등단한 시인들 중에는 김개미, 유홍준, 신동옥 등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도 많죠. 작품에 대한 엄정한 기준을 유지하는 게 문예지의 가치를 드높이는 겁니다."

이어 "현재 문단의 가장 큰 문제는 등단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며, 신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상을 주는 행태"라며 "문학은 계량화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기준조차 세우지 못한다면 한국 문학계 전체에 독이 될 것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확고한 원칙을 지키면서 유지한 '시와반시'이기에 미래에 대한 걱정도 크다.

강 주간은 "앞으로 폐간이 안 되고 쭉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과 후원을 통해 별다른 적자 없이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문예지가 귀한 시대가 아니라, 후계를 자처하는 사람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잡지는 절대 나 혼자 꾸려나간 게 아니다. 좋은 글을 보내준 시인들과 독자들의 힘으로 만든 것"이라며 "올해 12월 중순쯤 송년문학제를 열어 고마움을 전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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