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뮤지컬,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장르에서는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 항상 존재한다. 트기 연극의 경우는 희곡, 즉 글이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강하다.
국립 극단에서 조연출을 하던 시절, 들었던 이야기 중 매우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제작 발표회 때, 당시 연출가께서 작가님에게 가장 먼저 인사 자리를 양보하며 하신 말씀이 있다.
"아유 작가님, 대본이 있고 연극이 있지요, 연극이 있고 대본이 있겠습니까."
맞는 말씀이었다. 희곡에 대한 중요도와 창작자에 대한 존경이 한 번에 담겨 있는 말씀이셨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글이 필요한 순간들이 넘쳐난다.
평소 SNS에 게시물을 하나 올리려고 해도 글이 필요하고, 그날의 일을 기록하거나 기획서를 작성하더라도 항상 글쓰기가 필요하다. 단순한 작은 행사 공연을 진행하더라도, 내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구성안을 잡아서 음악과 주제를 녹여 내고 필요하면 멘트도 정리해야 하니 말이다.
이처럼 글은 중요하다. 연극에서의 글은 모든 작업 시작이자, 주제이며, 약속이다. 이후 글에 맞추어 모든 것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음악, 연출, 작품 컨셉, 미술, 연기 등 모든 것들이 글에 맞추어 만들어진다. 그만큼 텍스트는 중요하고 위대하다.
나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텍스트를 읽고 나의 생각과 철학을 더하여 그 글을 연출하는 것과 직접 글을 쓰는 것. 처음엔 연출가로서 남의 글을 연출할 일이 많았었다면, 점점 내가 직접 글을 써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직접 대본을 쓸 경우에는 스스로가 원하는 더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평소에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 주제 그리고 인물, 배경 등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희곡의 형식에 맞추어 자유롭게 쓰면 된다. 또한, 뮤지컬이나 음악극의 경우에는 가사도 직접 써야 하는데 이 작업 역시 무척이나 재미가 있다.
이처럼 작업을 할 땐,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대신, 가능한 대본에 내가 의도하는 바를 녹여 내고자 한다. 창작자와 스텝, 배우들은 나의 글을 보고 내 생각을 읽고 또 그것에 자신들의 철학과 개성을 녹여 내 살을 붙여 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필자도 꾸준히 대본 작업과 여러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좋은 텍스트가 있으면 가져와서 뜯어보고 글의 구성이나 담겨 있는 주제나 철학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평소에 꾸준히 글쓰기 실력을 갈고닦고, 글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훌륭한 텍스트는 글과 친해져야 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글을 쓸 핑계를 만들어서 꾸준히 노트북 앞에 앉을 핑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지점인 듯한데, 그런 의미에서 3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하루 날을 잡아 내 이야기를 한다는 기분이 좋은 핑계가 하나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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