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정권의 반(反)인권이 부른 유엔 인권이사국 낙선

우리나라가 유엔 인권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한국은 11일 실시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임기 2023~25년) 선거에서 아시아 지역 8개국과 경합했으나 5위에 그쳐 아시아 지역에 할당된 4개국 안에 들지 못했다. 종합적인 국력과 인권 정책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거나 동등하다고 할 수 없는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키스스탄 등에 밀렸다.

한국은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설립 당시 이사국(임기 2006~08년)으로 선출된 이후 계속 연임해 왔다. 인권 정책 등에서 한국이 이사국 자격이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전례로 보아 이번에도 이사국 선출은 문제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확산과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 역할과 기여를 천명한 것은 이런 전망을 더욱 굳혔지만 이사국이 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연임을 낙관해 선거 전략을 제대로 못 세웠거나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실이면 그야말로 '외교 참사'다. 정확히 실패를 복기(復碁)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외교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문재인 정권 5년간 인권 문제에서 퇴행한 것이 연임 실패에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정권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다. 2021년 결의안에는 국군포로의 인권 문제까지 포함됐는데도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문 전 대통령은 외면했다.

2020년에는 국제인권단체의 만류에도 북한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밀어붙였다.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도 사문화했다. 법에 명시된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임기 내내 외면했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을 흉악범으로 몰아 강제 북송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문 정권은 북한 인권만 외면한 게 아니다. 홍콩 보안법 사태 때 시위대가 무자비하게 진압당할 때 침묵했고, 2019년부터 3년 연속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인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유엔 공동 성명 등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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