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소미미디어 펴냄

2003년 '짝사랑', 2006년 '아내를 사랑한 여자'로 출간됐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외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1985년 데뷔 이래 추리소설부터 판타지, 미스터리, 서스펜스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며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언제나 주목을 받아왔다. 외사랑 역시 11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고,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돼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 소설은 젠더를 주제로 한다.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하면서도 심오한 주제를 담아냄과 동시에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상을 풀어나가는 스토리의 큰 줄기를 통해, 미스터리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

대학 미식축구부 동창회 날, 데쓰로는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미식축구부의 여성 매니저였던 미쓰키와 마주친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도 잠시, 데쓰로는 그의 모습에 크게 당황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목소리마저 남성이 돼있었기 때문이다. 미쓰키는 데쓰로에게 어렸을 때부터 여성인 몸과 달리 남성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비밀을 털어 놓는다.

미쓰키의 충격적 고백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바에서 일하던 직원을 상습적으로 스토킹한 남성을 얼마 전 죽이고 말았다는 것.

데쓰로와 그의 아내이자 미식축구부원이었던 리사코는 미쓰키가 경찰에 잡히지 않도록 도우려하지만, 옛 동료이자 기자인 하야타가 살인사건을 쫓으며 그들과 대립한다. 미쓰키는 돌연 그들 앞에서 모습을 감추고, 사라진 미쓰키를 찾아 나선 데쓰로는 그 과정에서 상상도 못한 진실을 알게 된다.

지은이는 이 소설에 여성의 몸에 남성의 마음을 지닌 미쓰키를 핵심 인물로 내세운다. 성의 경계에 선 인물이 겪는 여러 상황을 보여주며 여성과 남성 사이에 확고한 이분법만이 존재하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이 메시지는 젠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어른과 아이, 인종, 민족 등 우리 사회 속 모든 소수자로 확장된다.

이 소설이 문예지에 최초로 연재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일본에서 처음 단행본이 출간된 것은 2001년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대를 앞서간 선견지명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704쪽, 1만7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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