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 포항 모텔 업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조사

14일 합동감식에서 업주 과실 여부 밝히는데 초점…경찰 "혐의 입증에 노력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여성 3명이 숨진 포항 한 모텔 외벽의 보일러 가스 배기구. 배형욱 기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여성 3명이 숨진 포항 한 모텔 외벽의 보일러 가스 배기구. 배형욱 기자

경북 포항 한 모텔에서 여성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가운데(매일신문 10월 9일 등 보도), 경찰이 모텔 업주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남부경찰서는 13일 "모텔 업주 A씨에 대한 입건 여부는 다음 주에 결정날 것 같다"며 "현재는 혐의를 입증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모텔 5층 객실에서 쓰러진 여성 3명을 병원으로 모두 옮긴 뒤 내부에서 검출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800ppm이다. 이는 공기 중 0.08%에 해당한다.

이들이 모텔 주인에 의해 최초 발견했을 때 창문이 닫혀 있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농도를 추적하면 발견 당시 일산화탄소 1천ppm이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기 중 0.1%의 일산화탄소는 건장한 성인 남성도 3~4시간이면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여성들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검출된 것은 이들이 일산화탄소에 장시간 노출됐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일산화탄소는 모텔 노후 가스보일러가 불량 작동해 생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보일러실은 모텔 1층, 여성들이 숨진 객실은 5층에 있다. 보일러에서 나온 배기가스는 연통을 거처 건물 외벽 배기구를 타고 옥상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가스가 모텔 내부로 흘러들었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배기구는 객실 바로 옆에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한 포항 한 모텔 5층 객실의 천장에 누수 공사 후 마감이 엉성하게 돼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제공.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한 포항 한 모텔 5층 객실의 천장에 누수 공사 후 마감이 엉성하게 돼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제공.

객실 천장은 3년 전 누수 공사를 한 뒤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고, 옥상 배기구 연통은 지난달 보수공사를 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은 14일 진행되는 국과수·한국가스공사 등의 합동감식을 통해 모텔 업주 A씨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보일러 정상작동 여부와 연막탄을 피워 연기가 어떤 경로로 외부로 빠져나가는지, 객실 내부로 유입되는지 등도 살펴본다.

A씨는 1995년 준공된 뒤 2012년 폐업한 모텔을 8년 전쯤 인수해 운영 중이다.

A씨는 "배기가 잘 안 됐다면 8년 동안 장사하면서 문제가 여러 차례 생겼을 것인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여태껏 보일러는 잘 작동했고, 가스 누출 경보기도 정상이었다"며 "영문을 모르겠다. 종합적으로 검사한 결과가 나와야 우리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숙박 여성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포항 한 모텔의 1층 보일러실 보일러 연통이 배기구에 연결돼 있다. 배형욱 기자
숙박 여성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포항 한 모텔의 1층 보일러실 보일러 연통이 배기구에 연결돼 있다. 배형욱 기자
객실 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한 포항 한 모텔의 1층 보일러실에 가스 누출 경보기가 설치돼 있다. 배형욱 기자
객실 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한 포항 한 모텔의 1층 보일러실에 가스 누출 경보기가 설치돼 있다. 배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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