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오늘 여기 자유보다 시급한 것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썼다는 대통령 취임사와 8·15 기념사에서 여러 번 강조된 '자유'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압제와 수탈에 신음하며 자유를 갈망해서 필사적으로 자유를 쟁취한 국민이 왜 자유에 대해 둔감할까? 근자에 우리 사회 '지도층'이 부당하게 누린 과잉의 자유 때문에 우리나라가 파괴되고 있다는 생각에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잠시 수그러든 것 아닐까?

입만 열면 '자유'와 '민주'를 부르짖으며 억압받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해 주겠다던 386 운동권이 국민에게서 그 임무를 위임받자 자유의 정신을 배반하고 전횡을 일삼으며 방종과 일탈로 일관하니 국민이 어찌 허탈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들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비축한 국고를 열어서 김정은에게 핵 개발 자금으로 바치고 남침의 길도 활짝 열어 놓았다. 취임 즉시 국민이 행여라도 핵 참사를 당할까 봐 '탈원전'을 해내고 말겠다는 쇼를 벌여 관철한 원전 폐기나 태양광 대체로 나라를 3중, 4중으로 골병들게 하고 그들의 종주국 중국에 조공하고 옛 운동권 동료들의 주머니에 돈을 쏟아부었다. 시종일관 모순된 경제정책으로 기업을 고사시키고 일자리를 파괴하고 집값을 뛰게 하고 세금을 올려서 국민경제를 피폐시켰다. 자기네 일당의 무수한 비리와 범죄를 덮으려고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켜서 이 나라에서 정의를 추방하고 강성 노조가 극렬 투쟁으로 기업에 치명적 피해를 끼치고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386 집권 세력의 인사 원칙은 아마도 '무자격자만이 적임자'였던 것 같다. 발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자소서에 당당히(!) 밝힌 문외한을 5대 발전사 중 한 곳 사장에 임명하는 것도 집권자들의 재량이고, 비행 경력이 절대 부족한 자격 미달자를 승객의 목숨을 일시에 앗아갈 수 있는 조종사로 채용하도록 민간항공사에 종용하는 것도 출세한 자의 '자유'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집권 세력의 후원하에 번성하고 그 대가로 집권 세력을 단단히 떠받쳤던 세력이 언론, 노조, 전교조, 그리고 각종 시민 단체였다. 양식도, 염치도, 절제도 모르고 오로지 그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들 집단이 나라를 골병들였다. 민주노총은 무시무시한 강경, 극렬 투쟁으로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그들의 불법 파업, 업무 방해 행위로 기업을 파산 위기로 몰아도, 동료들의 생계를 빼앗아도 당당하기만 하다. 쟁의 중 사측과 국가에 끼친 피해에 대해서는 수백억, 수천억 원이라도 배상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다. 오늘날 일자리 세습까지 하는 귀족 노조는 노동자의 적이 아닌가?

수많은 전교조 교사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들의 조국을 편법으로 세워진 나라라서 국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가르치고, 학업에서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은 병든 사회를 만드는 경쟁 행위로서 사회악이라고 가르쳤다.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하면 개인과 국민이 더 행복하다는 논리다.

가장 치명적 유해 집단이 좌파 언론기관 종사자들이다. 국민에게 진실을 전하는 데 과감하라고 주어진 고귀한 언론 자유를 언론노조 소속 '언론인'들은 광우병 선동으로 민심을 국가로부터 이반시키고 단순 교통사고인 세월호 참사를 정권이 기획한 국민 살해로 둔갑시켰고, 문재인 정권의 무수한 여적 행위에 대해서는 함구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일거수일투족을 트집 잡으며 급기야는 김건희 여사의 대역을 화면에 등장시키고 대역이라고 밝히지도 않아서 진실과 허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이런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흉기이고 이런 언론인은 테러리스트가 아닌가?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의 효용이 단지 개인의 행복 증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유가 인간에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주고 개인의 발전을 보장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향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늘날처럼 지배층이 꼬리에 불붙은 멧돼지처럼 날뛰며 그들의 '자유'로 나라와 국민을 마구 들이박는 상황에서는 이들 무리를 사회에서 격리시켜서 우리의 자유를 정화하고 수호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모두 자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고 수호할 의지가 확고할 때 김정은은 우리의 자유를 넘볼 수 없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