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 좁게는 예술상품이 사치재인가 가치재인가 공공재인가, 아니면 공공재적 성격의 가치재인가 등에 관한 논쟁은 오랫동안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예술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정부도 지원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예술 소비를 시장에만 맡겨서는 예술이 생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소비되지 않기에 공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공적 지원 형태는 다양하다. 예술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을 만들거나, 예술인과 예술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직접 예술가를 고용하여 보수를 줄 수도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지원은 정부가 직접 예술단체를 운영하여 작품을 제작하거나 공립 문화예술기관이 유명 공연단체의 공연을 사서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공립 예술단체와 문화시설들은 대개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이런 운영 형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시립교향악단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의 공립교향악단들은 거의 다 시립이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교토시교향악단만이 유일한 시립이다. 이걸 두고 뭐가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우리나라 공립예술단체를 민간 법인화한다고 해서 재정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예술을 공공재로 본다면 이렇게 시립예술단체의 운영으로 얻어지는 직접 이용자의 편익 이외에 긍정적인 외부효과인 외부편익(external benefits)을 제대로 만들어 내고 있는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해보자. 대개의 국내 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연간 정기연주회가 10여 회에다 기타 임시연주회나 특별 연주회를 포함하면 20회 정도가 된다. 여기에는 찾아가는 공연과 같은 소규모 공연 횟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시의 시정백서에 따르면 코로나의 영향이 없었던 2019년의 경우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연간 연주회는 정기, 기획 등 대규모 연주회가 약 21회였고 소규모의 찾아가는 공연이 25회 정도였다. 정기연주회 입장권 R석이 3만 원이다. 이를 정기연주회의 주요 장소인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그랜드홀 객석수(1천 284석)와 곱해 10회 정기연주회 수입을 계산해 보면 3억8천500만원 정도다. 실제 입장수입은 지출에 비해 5%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시립교향악단의 운영을 평가할 때 입장권 판매 수입액은 큰 의미가 없다. 이는 대개의 다른 광역단체의 공립예술단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시립예술단 운영의 성과는 직접 편익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어떤 외부편익을 생성하고 있는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술을 지원하는 이유로 들 수 있는 외부편익을 몇 가지 들어보면, 첫째로는 뛰어난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의 예술적 성과나 미술관의 훌륭한 소장품으로 일반 시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문화가 발단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만족감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 둘째로는 예술을 통해 사회의식을 고양하고, 셋째로는 관광객을 유인하고, 넷째로는 예술 향수의 방법을 습득하게 하고, 다섯째로는 미래 세대를 위해 예술 보존하고, 여섯째로는 교육의 일부로서 교육을 위한 보조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예술과 관련해 활동하는 우리 모두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 대구의 예술이 보통의 시민으로 하여금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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