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만세~,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내가 속으로 외친 말이다. 그냥 무조건 별 5개다. "가을의 낙엽은 추락하지 않는다. 비상한다. 시간을 타고 정처 없이 헤맨다. 잎사귀가 날아오를 단 한 번의 기회다. 낙엽은 빛을 반사하며 돌풍을 타고 소용돌이치고 미끄러지고 파닥거렸다."(155쪽) 이 소설의 주인공 카야는 비상했다. 헤매고 미끄러지고 파닥거리면서 우아하고 견고하게. 오랜만에 이야기에 푹 빠져서 마치 내가 주인공 '카야'가 된 듯 늪지대를 헤집고 다녔다. 카야는 외롭고 고독하고 철저하게 혼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 뱅크스의 해안지대에서 성장한다.
이 책은 카야의 일생이다. 델리아 오언스가 썼다.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펴낸 첫 소설이다.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그 연구 성과를 정리해 엮은 논픽션 세 편으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친 이력이 있는 저자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자의 전공은 이 소설의 곳곳에 녹아있다.
살인 사건, 카야의 성장 과정, 살인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카야, 안타까운 테이트, 카야의 오빠 조디, 카야에게 가족과 같은 점핑과 메이블, 카야를 마시걸이라 부르는 마을 주민들. 사건과 인물에 대해 묘사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 저절로 몰입이 되었다. 자신을 지키며 세상을 산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자신이 허용하는 것과 허용하지 않는 것, 자신의 생활, 문학, 학문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는 거다. 카야는 그렇게 자신을 지켰다. 논픽션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저자가 쓴 픽션이지만, 마치 논픽션 같은 느낌이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카야다.
누가 카야 앞에서 외로움을 말하고 고독을 들이밀 수 있을까. 오늘 밤은 아빠가 돌아올 거라는, 엄마가 돌아올 거라는 두려움을 안고 카야는 혼자 살았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고독을 두려워했고, '월든'에서는 고독만큼 상대하기 좋은 친구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카야는 고독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새들과 늪지대 생물들과 고독을 부셔가며 지낸다. 카야는 운이 좋았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책을 갖다 준다. 덕분에 카야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관찰과 경험으로 그 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오르는 모습은 지금의 교육방식을 돌아보게 했다. 이 가을 모닥불 아래에서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밤새도록 카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오세요.
나진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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