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37·대구 수성구) 씨는 17일 은행 창구를 찾아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환매를 신청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자신이 가입한 연금저축을 해지했을 때 손익과 중도 해제 시 그동안 환급받은 세제 혜택을 얼마나 토해내야 하는지를 상담했다. 2년 전 분양 받은 아파트 2차 계약금에 보태려고 받은 신용대출 3천100만원을 갚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처음 직장인 신용대출을 할 때만 해도 금리가 연 2%대였다. 원금은 일시 상환하고 매달 이자만 갚는 조건이었지만, 현재 사는 집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상환에 문제가 없는 데다 금리가 낮으니 매달 내는 이자 부담도 없었다"면서 "그런데 올 들어 금리 재산정을 하면서 5.18%, 5.28% 등 갈수록 은행에 내는 이자가 불어나니 대출금부터 갚는 게 돈을 버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치솟는 이자 부담에 중도상환 수수료(대출을 만기 전에 갚으면 내야 하는 수수료)를 물더라도 빚을 갚으려는 게 김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올 들어 가계의 신용대출 중도 상환이 급증하고 있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는 33만7천40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가 34만170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8개월 만에 비슷한 규모의 중도상환이 이뤄졌다.
월 평균 기준으로도 지난해 2만8천347건에서 올해 4만2천176건으로 149%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는 ▷2020년 43만5천10건(월평균 3만6천250건) ▷2019년 45만8천435건(3만8천202건) ▷2018년 43만4천499건(3만6천208건)이었다.
2018년 이후 월 평균 중도상환 건수가 4만건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가계의 신용대출 중도상환 규모는 50만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주식과 암호화폐 등 자산시장 침체, 대출 금리의 가파른 상승, 실물경기 하락과 더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이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신용대출부터 상환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신용대출 중도상환이 늘어나면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대출기간의 이자 수익에 더해 연평균 수천억원에 달하는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챙기는 셈이라 가계 부담을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8년부터 5년 간 5대 시중은행의 중도상환 수수료(가계·개인사업자·법인 포함) 수입은 1조1천546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이 2천881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2천488억원), 우리은행(2천165억원), 신한은행(2천123억원), 농협은행(1천889억원) 순이었다.
윤 의원은 "과거 저금리 대출을 금리 급등 시점에 중도상환 받으면 은행은 더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은행 수익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중도상환 수수료를 덜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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