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6대 9로 뒤진 9회 말 1, 2루 상황에서 이승엽은 동점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이어 마해영의 홈런으로 이어졌고 삼성은 꿈에 그리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1985년 통합 우승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번번이 주저앉은 삼성에는 기적 같은 첫 우승이었다. 많은 삼성 팬들은 2002년 우승을 최고로 꼽는다. 첫 한국시리즈 우승, 극적인 승부, 끝내기 연속 홈런 2방 등 가장 삼성다운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9회 말 동점 스리런 홈런이 없었다면 2002년의 감동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승엽은 삼성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일본으로 건너가 활약하다가 복귀한 뒤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 경기에서도 멋진 홈런을 날리며 팬들과 화려한 이별을 했다. 당시 팬들은 이별이 짧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자 군단의 지도자로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팬들의 믿음은 확고했다.
'라이언 킹' 이승엽은 두산 베어스 감독이 됐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 감독을 바라보는 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상징을 다른 팀에 빼앗긴 건 견디기 힘들다.
두산은 이 감독에게 지도자 제의를 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일부 삼성 팬들은 팀 레전드를 다른 팀에 빼앗겼다면서 삼성 구단을 비판한다. 이 감독은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삼성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감독은 "15년 동안 감사했다. 태어나고 자라고 행복과 슬픔을 함께해 온 고향을 떠나게 됐다. 프로선수 생활 23년간 받은 수없이 많은 격려와 응원 박수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왜 두산을 선택했을까? 아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지도자 경력이 없는 '초보 감독'에게 두산은 삼성보다 부담감이 덜할 수도 있다. 두산의 연고지가 서울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대구의 현실과 '레전드'가 다른 구단으로 떠나는 삼성 구단의 현재가 겹쳐 보이는 듯하다. 이 감독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이게 반복되는 게 인생"이라고 했다. 삼성의 감독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팬들은 이승엽 감독의 행보를 응원하고 있다. 이승엽,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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