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커서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는 '초딩' 아들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며칠 전 '2022 계룡세계軍(군)문화엑스포'에 다녀왔다. 평소 '강철부대' 등 군 관련 프로그램을 애청하며 전문가인 양 군사 지식을 뽐냈던 녀석은 출발 전부터 들떠 있었다. "요 녀석아, 탱크나 헬기·미사일 등을 '실물 영접'하고 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아들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놀랄 모습을 상상하니 계룡대로 가는 내내 야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막상 계룡대에서 접한 국군의 모습에 놀란 건 기자였다. 세계 유일의 종합 군(軍) 문화 축제답게 행사장에는 최첨단 장비가 즐비했다. K9A1 자주포와 K2 흑표 전차를 비롯해 JTLV 합동 경전술차량, M270 다연장 로켓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방관, 세계 군 문화 생활관, 4차산업 융합관 등 7개의 전시관에서는 군의 과거, 현재, 미래가 펼쳐졌다.
전투 및 기동 시범은 압권이었다. 적의 미사일 공격을 가상해서 보복·응징하는 시나리오로 구성된 시범은 한 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자주포와 탱크, 아파치 헬기, 지뢰 제거 로봇, 드론 등은 다양한 실전 능력을 과시했다. 3분 만에 '뚝딱' 다리를 만들어 적진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침착하게 헬기 강하로 적 지휘부를 타격했다. '펑펑' 터진 연막탄 속을 탱크와 자주포가 지축을 흔들며 지나갈 때마다 관람객들은 환호했다.
그동안 우리 군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침대에 벌렁 누워 휴대전화나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나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각종 군 비리, 부대 내 사고를 접할 때마다 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심이 들기도 했다. 짧았지만 우리 군의 사기와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고 나라를 지키고자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국내외 안보 상황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각종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을 쏘면서 위협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다섯 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무려 1천 발 가까운 포를 쏟아부었다.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이쯤 되면 전쟁 직전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보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신바람이 난 모양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들고나온 '여성 기본 군사교육 의무화'는 '이대남'(20대 남성)을 공략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란 의심을 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친일국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미·일 동해 합동 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 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호통을 쳤다.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훈련조차 '친일 프레임' 속에 끌어들여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반도 위기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저러다 말겠지. 설마…' 하는 생각은 위험천만하고 무지한 현실 인식이다. 북이 어떠한 도발을 할지 알 수 없다. 북의 도발과 위협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국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가 무너지면 밥줄이 끊어지지만, 안보가 무너지면 목숨 줄이 끊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200년간 전 세계에서 65개에 달하는 나라가 사라졌다. 대부분이 이웃 국가에 의해서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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