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주노동자에 영주권 주자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지난 대선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비자 입국자(이주노동자)의 안정적 체류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한 법적 요건만 갖춘다면 기술 숙련도, 전문성 여부와 같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의당이 노동운동에서 소외된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생산가능인구(25~65세)의 감소는 국가경제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등 구차한 변명으로 이주노동자의 안정적 체류를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초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겪으면서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구조적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도 단일민족이라는 철저한 혈연주의를 고수, 이주노동자의 입국과 귀화를 제한하는 쇄국정책을 일관되게 펼쳐 왔다. 메이지유신 당시 개방정책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했던 일본이 이제는 조선의 대원군처럼 국수주의적 쇄국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은 서서히 무너져 침몰하고 있다. 일본은 국민 1인당 소비 구매력에 있어서 이미 우리나라에 뒤지고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인당 국민소득에서도 우리나라에 역전당할 위기에 있다. 선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밀려나 G7의 자리를 우리나라에 양보해야 할 정도로 일본의 경제력과 국력은 심각하게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총생산(GNP), 국내총생산(GDP)에서도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일본의 구조적 장기 침체와 국가적 침몰이 단지 일본만의 문제인가. 지금 일본의 모습은 10여 년 후 바로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수없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아 국가경제가 밑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것이다. 백약이 무효인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을 이어 선진국에서 다시 중진국으로 후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설사 우리나라가 기적적으로 저출산 대책에 성공해 출산율이 현재 0.81명에서 획기적으로 2명이나 3명으로 늘어난다 가정하더라도 신생아들이 자라서 노동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되려면 족히 30년은 걸린다. 따라서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율이 성공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30년 동안은 노동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어서 우리나라의 경제는 그 기간 동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생산한 물품에 대한 소비 구매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우리나라의 산업 기반과 산업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붕괴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갈수록 줄어들기만 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주노동자나 외국인에게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주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 입법화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필수적인 정책이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이민정책을 통해 다민족국가를 지향함으로써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고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국가경제의 구조적 장기 불황과 침체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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