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을 맞은 지난 6월 25일 경북 경산 압량읍 행복발전소. 한자리에 모인 박사리와 코발트 광산 유족들이 말없이 손을 맞잡았다. 아픔을 넘어 화해로 가는 토대를 처음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유하면서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서로를 원망하며 적대했다. 그 배경에는 한국전쟁 전후 경산의 복잡한 속사정이 깔려있다. 경산은 팔공산에 은거한 빨치산과 이를 진압하려는 군경의 각축전이 치열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진실화해위원회가 접수한 '한국전쟁 발발 전후 민간인 희생' 진상규명 신청 현황을 보면, 경산의 경우 95건 중 50.5%(48건)가 적대세력(좌익)에 의한 희생이다. 대구경북의 전체 적대세력 희생 사건 비율(8.4%)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주로 보도연맹원들로 구성됐던 코발트 광산 희생자들은 '빨갱이'로 몰려 군경에게 집단 학살됐다. 반대로 박사리 유족들은 빨치산 은신처를 군경에 신고했다가 그들의 보복을 당해 40여 명의 주민이 죽었고, 집이 불태워졌다.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불행한 역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는 공감대가 있으면서도 서로를 '가해자'로 여기면서 원망해온 역사가 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박사리와 코발트 광산 유족들은 화해와 함께 평화문화의 확산에 노력하기로 했다. 또 시민과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역사 교육을 만들어갈 방안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박기옥 박사리 유족회 사무국장은 "코발트와 박사리 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이 많다. 서로의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다"며 "공식적인 화해의 첫발을 내디딘 만큼, 앞으로 서로 상생하고 정서적인 위로도 함께 주고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해의 자리에 함께한 김문주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비극적인 역사의 피해자들이 7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서로의 고통을 느끼고 화해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있다"며 "아픈 과거를 딛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 여러 기관이 함께 노력한다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적대세력의 민간인 학살도 국가 차원의 조사를 통해 점차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18일 진실화해위원회는 제43차 위원회를 열고 '경북 경산 박사리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국민이 희생되고 유족이 피해를 입었으니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 ▷희생자에 대한 추모제 및 위령비 건립 ▷유해 발굴 및 안치, 증언채록 등의 후속 사업 추진 ▷공식기록에 대한 정정 조치 ▷정규 교과과정 반영 및 평화인권 교육 시행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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