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출 혹은 작업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있다. 작품의 주제나 연출 컨셉, 혹은 예술적 철학 이런 것이 아니다. 물론 방금 말한 것들도 연출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들이지만, 가장 먼저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작품을 통해서 내가 예술적 성장을 하느냐다.
보통 공연을 설계할 때 몇 가지 방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제작하는데 난이도가 쉽고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인 퀄리티를 확보할 수 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만들 수 있는 공연. 이 경우는 그동안 해왔던 작업의 반복이라 별다른 공부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선택지는 피곤하고 어렵지만, 공부가 되고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도 뭔가 도전 의식이 생길 수 있는 방식이다.
그렇다. 작품을 하기로 마음을 먹거나, 연출로 섭외되는 경우 항상 이번엔 어떠한 작업을 해서 좀 더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늘 조금 더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다. 그동안 작업 내용을 돌아보면 연극에 무용을 녹여보거나, 과감하게 음악을 사용해 보기도 하고, 직접 대본을 쓰거나 연극에서 뮤지컬로 활동 영역을 옮기기도 했다. 대구에서 판소리 음악극이 유명해졌을 때, 나도 판소리를 공부해서 대본을 쓰는데 녹여내 보기도 하고, 전시를 열심히 보러 다녀서 공연에 영감을 찾아보거나 오페라를 공부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 대단한 예술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존경하고 또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항상 그러한 선택을 해오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고, 또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항상 한 작품 무대에 올릴 때마다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을 밟아 오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감사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하면 나와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도 함께 공부하고 도전해준다. 그게 좋다.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함께 걷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러한 선택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사실 현실적인 부분들이 늘 함께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산과 기회는 늘 한정적이기 때문에 성장도 좋지만, 만약 무리하게 실험적인 활동으로 자칫 결과물이 기대 이하일 수도 있고 이후에 이 기회를 다시 잡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늘 존재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할 때 오로지 그 작업에만 열중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한 번에 하나의 작품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프리랜서 예술가들이 한 작품을 위해서 다른 달콤한 기회들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쉽지 않기에, 내가 선택한 방향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이 방향이 어제보다 오늘, 지난해보다 올해 나를 더 성장으로 데려가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쉽지 않지만,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 방향을 계속 선택하고자 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한동훈·가족 명의글' 1천68개 전수조사…"비방글은 12건 뿐"
사드 사태…굴중(屈中)·반미(反美) 끝판왕 文정권! [석민의News픽]
"죽지 않는다" 이재명…망나니 칼춤 예산·법안 [석민의News픽]
尹, 상승세 탄 국정지지율 50% 근접… 다시 결집하는 대구경북 민심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