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시장서 라디오 DJ 꿈 키워요"…달서구 학교밖청소년 서남신시장 라디오 DJ 되다

매월 셋째주 금요일 정오, 서남신시장에서 보이는 라디오 진행
방송 내용부터 음악 선정까지 모두 청소년들이 기획, 제작
학업 중단 부정적 시선 우려했지만…상인들에게 큰 인기

지난 14일 정오쯤 대구 달서구 감삼동의 서남신시장에서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소속된 학교밖청소년 이민경(18) 양, 이혁준(17) 군이 보이는 라디오
지난 14일 정오쯤 대구 달서구 감삼동의 서남신시장에서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소속된 학교밖청소년 이민경(18) 양, 이혁준(17) 군이 보이는 라디오 '꿈꾸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서남신시장 보이는 라디오 새 진행자 MC 경이, MC 준이라고 합니다"

지난 14일 낮 대구 달서구 감삼동 서남신시장. 낭랑 18세 라디오 DJ들의 목소리가 시장 안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소속된 이민경(18) 양과 이혁준(17) 군. 두 사람은 작가를 맡은 이현진(18) 양과 함께 매월 셋째주 금요일 정오마다 서남신시장에서 보이는 라디오 '꿈꾸라디오'를 진행한다.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서남신시장상인회가 함께 기획한 '꿈꾸라디오'는 시장 상권을 활성화하고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직업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방송은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꿈꾸라디오'는 방송 내용부터 음악 선정까지 모두 청소년들의 손을 거친다. 작가를 맡은 이현진 양과 DJ인 이민경 양, 이혁준 군은 매달 모여 방송 주제를 정한다.

상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이름 끝자리를 딴 '경이', '준이'라는 닉네임도 만들었다. 방송하는 음악 역시 시장 상인과 고객들의 주 연령대인 40~60대의 취향을 고려해 선정한다.

지난 14일 방송에서는 10월을 맞아 '달서구 가을 여행지'와 '가을 제철 음식'을 소개했다. 앞서 9월 첫 방송에서는 '전지적 청소년 시점'과 '신기한 시장사전' 코너를 마련해 청소년이 바라본 시장 상인의 모습과 서남신시장 온라인 장보기 방법 등을 소개했다.

이현진 작가는 "경상도 사람들이 친근한 이들을 부를 때 보통 이름 끝자리만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이름 끝자리를 딴 닉네임을 지었다"면서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 작가를 지원했고, 방송 내용은 DJ 친구들과 머리를 함께 맞대 구성한다. 창작의 고통이 있긴 하지만 내가 직접 쓴 내용이 방송이 되니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물론 상인들 앞에 나서기까지 큰 용기도 필요했다.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에 움츠렸고, 혹여 어른들의 손가락질을 받진 않을까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방송은 상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청소년들이 잘한다"는 칭찬도 쏟아지는 중이다.

어른들의 응원과 칭찬 세례에 아이들의 자신감도 나날이 커가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길 꺼려했던 이민경 양은 어느새 달변가가 됐다.

이 양은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했다. 이 모습을 극복하고자 DJ를 지원했다.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발음 연습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상인들이 좋아해주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밖청소년들에 대한 긍정적 시선과 사회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지 달서구학교밖청소년센터 교사는 "아직 학교밖청소년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여러 활동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에게 사회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서남신시장
지난 9월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서남신시장 '꿈꾸라디오' 제작을 맡은 학교밖청소년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이민경(18) 양, 이현진(18) 양, 이혁준(17) 군.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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