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구FC가 다사다난했던 K리그1 2022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22일 성남FC와의 파이널라운드 최종전에서 4대 4로 비긴 대구는 10승 16무 12패, 최종 8위(승점 46점)로 '하나원큐 K리그1 2022'를 마무리했다.
올해 '우승 도전'을 목표로 내건 대구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1부 리그로 승격한 지난 2017년부터 거의 매년 순위를 끌어올렸던 대구가 처음으로 고꾸라진 셈이다. 그러나 올 시즌 대구의 여정을 실패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숱한 위기에 강등권까지 떨어졌지만, 막판 뒷심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대구가 잘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도 얻었다. 지금까지 대구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젠 부족함을 메꿔야 할 시간이다.
◆소득없이 물러난 '우승청부사' 가마 감독
먼저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 대구는 태국리그에서 12번의 우승을 차지한 알렉산더 가마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히면서 우승에 대한 열망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강한 전방압박과 높은 볼 점유율을 추구하는 가마 감독은 구단 창단 20주년을 맞아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길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마호'는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였다. 개막전인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대 2로 진 대구는 첫 9경기에 2승 2무 5패를 거두며 10위까지 떨어졌다. 불안한 출발이었다.
이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대구는 4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리그에 복귀해서도 12경기 연속 무패(3승 9무)를 달렸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있었다. 무패행진 중 승리한 경기는 고작 3번뿐이었다. 패배는 없었지만, 속 시원하게 이기지도 못하는 답답한 경기들이 이어졌다.
◆무패행진 끝, 무승행진 시작
내실없는 무패행진이 결국 대구의 발목을 잡았다. 22라운드 서울 원정경기에서 1대 2로 패한 대구는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전에 앞선 4번의 무승부와 맞물리면서 무려 12경기(6무 6패)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때부터 팀에 강등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부진이 길어지자, '가마볼'의 약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마 감독이 요구했던 전방압박과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대구의 장점을 살리지도 못했을뿐더러, 체력 부담도 늘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황당한 수비 실수까지 겹쳐 이기거나 비길 수 있는 경기는 막판에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가마 감독은 28라운드 울산전 0대 5 대패를 계기로 자진사퇴했다.
◆'초보 감독' 최원권, 대구의 '소방수'되다
가마 감독이 팀을 떠나고 지휘봉을 잡은 건 최원권 감독대행이었다. 감독 경험은 없지만, 2016년 플레잉코치로 합류한 이후 수석 코치까지 역임해 누구보다 팀의 사정에 밝다는 장점이 있었다.
최 감독대행이 제시한 방향은 명확했다. 바로 '대구가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것. 그는 부임 후 가마 감독의 색깔을 지우고 대구에 역습 축구를 다시 이식하는 데 주력했다. 볼 점유율은 과감히 버리고 실리를 택했다. 수비에 무게를 두고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흔드는, 대구만의 색이 묻어나는 축구였다.
변화는 빨랐다. 당장 '최원권호'의 첫 경기였던 ACL 16강 전북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대구는 연장 접전 끝에 1대 2로 졌지만, 강팀 전북과 대등한 모습을 보이며 선전했다.
이후 대구는 리그에서 11위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적응을 마치자 제대로 불이 붙었다. 33라운드 서울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대구는 이후 파이널라운드에서 4연승을 달리며 강등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최 감독대행은 자신에게 주어진 리그 11경기에서 5승 4무 2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그가 보여준 '대구다운' 축구는 팬들에게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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