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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단점, 잘못이 아닌 또다른 나의 모습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모든 사람은 저마다 고치고 싶은 단점을 갖고 살아간다. 나에게도 수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고치고 싶은 한가지를 꼽으라면 '대화 방법'이다.

나는 대화가 두렵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인지 어렸을적부터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길을 걷다가 얼굴은 알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이 앞에 보이면 모른 척 피해가기도 했다.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대화를 하고 인사를 해야할지 잘 몰라서였다. 괜히 어설프게 대화를 시도하다가 관계가 어색해지느니 차라리 피해가는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학창시절에는 이런 나의 모습을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들 하고만 같이 있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많아졌다. 불편한 자리에도 참석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대화 방법은 큰 단점이 됐다. 상대방을 만나면 반가움보다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 그러다보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상대방을 앞에 두고 허둥대기 시작했고 결국 실수로 이어졌다.

물론 대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대화법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고 좀 더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대방은 나에게서 부담감을 느꼈다. 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이미 부담감을 갖고 대화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별 노력없이 대화도 잘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세월이 지나 중년이 된 지금, 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두렵다. 종교인인 만큼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고 대화를 해야했기에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생각하지만, 여전히 대화중 그들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순수한 마음으로 했던 말들이 상대에게는 꿍꿍이가 있는 말로 오해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이런 내 자신이 견딜만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대화를 두려워하고 그러다보니 상대방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내 마음의 짐을 한결 가벼워지게 만들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고치고 싶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 단점은 고쳐지지 않는다. 정도가 나아질 뿐, 극복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거나 자존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단점에 대해 우리가 지녀야할 태도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만 그런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칠 수 없는 단점은 잘못이 아니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일 뿐이다. 그것을 깨닫는다면 고치기보다 받아들이려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단점 앞에서도 우리는 당당해질 수 있다.

오늘도 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대화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대화 전에 미리 말하려 한다. 나는 대화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그러니 내가 허둥대거나 엉뚱해보여도 이해해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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