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시철 신규 모노레일 제동] 엑스코선 AGT 도입 할듯…선로비용 30%↑

모노레일 생산하는 일본 업체 신규 노선 사업 불참 뜻 밝혀
市·교통공사, 입장 늑장 파악…정부 형식 승인 기준 낮출수도
선로 2개 AGT 도로 폭에 영향…1km당 건설비 200억 더 들어
환승 불편, 기지 따로 건설 단점…차량 값 저렴, 유지·보수 유리
전문가 "장기적 안목으로 검토 시민들에게 알려 공론화해야"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차량 (사진 왼쪽)/ 차륜형 AGT. 우진산전 제공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차량 (사진 왼쪽)/ 차륜형 AGT. 우진산전 제공

모노레일을 생산하는 일본의 철도 차량 제조사인 히타치가 대구도시철도 신규 노선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엑스코선과 혁신도시 연장선 등 모노레일로 사업을 추진했던 노선들이 모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엑스코선 사업비가 급증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할 수 있고, 3호선 열차 유지 보수는 물론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 환승 및 차량기지 건설 문제 등 예상치 못했던 이슈들이 줄줄이 떠오를 전망이다.

◆형식 승인이 뭐길래

히타치가 대구도시철도 신규 노선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것은 형식 승인 절차에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으로 알려졌다.

형식 승인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수행하며 제작사가 입증책임을 갖고 임하는 일련의 절차다. 부품·구성품·완성차 설계에 대한 입증자료를 내고 적합성 검사 및 승인을 받고 이후 품질관리 체계 검사, 주행시험 등 복잡한 검증 절차를 밟는다.

철도차량 형식 승인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천차만별이지만 전동차의 경우 150여개의 요구사항이 있다. 모든 사항에 대한 자료 제출이 동시에 이뤄지고 자료와 차량이 모두 완벽한 경우를 가정한다면 이론적으로 1개월 정도면 형식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요구사항을 일시에 만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체로 차량 설계, 제작, 시험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대부분 3년여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동일 차량일 경우에는 비교적 간략한 신고절차만 밟으면 되지만, 기술적으로 100% 동일한 차량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면서 "특히 신규 노선의 경우 변경 내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여서 사실상 거의 모든 차량이 형식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노선은 유지 보수 난관, 신규 노선은 환승과 차량 기지 문제

형식 승인은 기존 노선에 새 열차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대구 도시철도의 경우 엑스코선과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은 물론, 기존 3호선에 운행할 전동차를 신규 도입하더라도 모두 형식 승인 대상이다. 때문에 추후 3호선 열차 노후화나 사고로 인해 교체가 필요할 경우에도 추가 차량 도입이 불가능할 수 있다.

AGT 도입 시에는 도로 축소 및 환승, 차량 기지 문제가 새롭게 불거진다. 선로가 1개인 모노레일과 달리 AGT는 선로가 2개다. 모노레일에 비해 중량이 큰 구조물을 교각 위에 올려야 해 도로 폭이 좁은 구간에선 교통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엑스코선을 모노레일로 계획할 당시에도 파티마삼거리에서 경대교네거리까지 1.6㎞ 구간은 폭 25m에 왕복 4차로여서 도로 공간이 협소해지는 문제가 지적됐다. 따라서 모노레일보다 하중이 큰 AGT 방식을 해당 구간에 적용하는 경우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왕복 6차로인 아양로 3.5㎞ 구간도 도로폭이 30m여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환승으로 인한 불편도 생긴다. 3호선 용지역에서 신서혁신도시까지 이어지는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의 경우 선형이 달라지면 용지역에서 환승을 해야한다. 모노레일 열차는 AGT와 선로 모양이 완전히 달라 연장 운행이 불가능하다. 운행 차종이 다르면 용지역~혁신도시 구간에 차량기지 역시 별도로 건설해야 한다.

대구교통공사는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은 사업구체화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3호선 차량 유지보수에 있어서도 내구연한(30년)이 20년 이상 남은만큼 시간을 두고 히타치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히타치사 입장 뒤늦게 파악, 엑스코선 준공 밀리나

모노레일 도입 불가에 따른 문제가 적지 않지만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는 결과적으로 히타치 입장을 뒤늦게 파악해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는 통상적인 사업 추진 절차상 예타 단계에서부터 공급사와 협의를 진행할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에 히타치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간 이후에 세부적인 공법이나 차량 형식 등을 검토하게 된다. 엑스코선은 지난해 6월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했고, 올해 1월부터 수개월 간 협의를 해가며 사업에 참여시키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결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차량 방식이 변경되면서 지난해 통과한 엑스코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엑스코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을 당시 비용대비편익(B/C) 값은 0.87로 경제성 기준인 1.0에 못 미치는 수치로 간신히 통과했는데, 예타를 다시 받아야 할 상황이 생길 경우 재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공사비가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5%에 달하고 AGT의 선로 건설비용이 1㎞당 800억원으로 모노레일(600억원)에 비해 33%가량 더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증가하는 사업비만 전체 예산의 12.4%에 달한다. 아울러 엑스코선의 역간 거리도 도시철도 치고는 긴 편인 1.4㎞로 설정했기 때문에 향후 주민 민원 등을 고려해 역사를 추가 설치할 경우 비용 마련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형식승인 문턱 낮출 수도… 대구시 "AGT로 갈 것"

모노레일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식 승인'에 대해 정부가 기준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는 점은 추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철도산업을 위한 기준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차량 제작 및 승인 기준을 고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동일 시설에서 동일 종류의 차량을 발주하는 경우에도 중복 승인을 받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미 AGT를 엑스코선에 적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구체적인 형식 승인 절차 개선 방향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결과가 나오려면 내년 하반기는 돼야 해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AGT가 모노레일 방식에 비해 차량 가격이 기본적으로 저렴하고, 형식 승인 비용까지 더하면 가격 차가 더 커진다는 점도 대구시가 AGT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김해 경전철, 부산도시철도 4호선 등 다양한 노선에서 이미 활용 중이어서 유지 보수 측면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에는 물가 상승분을 사업비 증가요소로 반영해준다. 공사비와 시설 부대경비, 용지보상비 등 전체 비용의 10%를 예비비로 포함해 총 사업비를 냈기 때문에 AGT 방식을 채택하는 것만으로 예타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지역 교통전문가들은 대구시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AGT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더라도 향후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장기적, 거시적 안목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대구시가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공론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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