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안보 위기 앞에서 정쟁만 거듭하는 여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천556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2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한 시장 컨센서스를 한참 밑돌았다. 삼성전자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7% 줄어든 10조8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감안하면 두 기업의 실적 쇼크는 비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튼실한 것으로 평가받아 온 두 기업이 실적 쇼크를 기록한 만큼 사정이 어려운 다른 기업들의 영업 실적은 더 나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적자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비관적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에 신용등급이 중간 수준인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시진핑 3연임 확정으로 경제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고조하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이 25%에 달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전방위에 걸친 무모한 도발로 '안보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경제에 큰 부담이다. 삼성 450조, SK 247조, LG 106조 원 등 10개 그룹이 5년간 1천조 원 넘게 투자해 일자리 창출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고금리 등 경제 위기와 안보 불안으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가 적지 않다.

절체절명의 경제·안보 위기 앞에서 정쟁과 대립만 거듭하는 여야를 향해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고물가와 늘어난 대출이자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정치인들에겐 안 들리는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개인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현안을 분리해 대응하지 않고 연계시켜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회 제1당의 책무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위기 대응에 역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위기에 직면하고서도 협치를 등한히 하며 정쟁에만 열을 올리는 여야에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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