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중 하나다. "제가 생각하는 재즈는 말이죠"라며 바로 스캣(즉흥 연주)을 이어가는 유명 재즈 뮤지션의 모습을 한 유튜버가 흉내 낸 것에서 시작됐다. 덕분에 젊은 층 사이에서 재즈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재즈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재즈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에서 탄생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음악 장르다. 기존 클래식의 엄격함과 정형성을 탈피해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변주 기법을 주로 선보인다.
◆재즈를 만나는 곳
2020년 8월 문을 연 '팍스카페재즈'는 재즈를 콘셉트로 삼은 카페다.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건너 카페들이 모여있는 골목길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보이는 검은색 건물. 입구에 놓인 보면대(악보 받침대)를 보니 들어가기 전부터 뭔가 음악과 관련돼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게를 들어서면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밝은 카운터가 가장 먼저 보인다. 카운터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재즈와의 만남이 시작되는데. 카페 한쪽 벽면에 쳇 베이커, 오스카 피터슨, 덱스터 고든 등 유명 재즈 뮤지션들의 커다란 흑백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곳곳에 붙어있는 재즈 관련 포스터와 팸플릿도 눈에 띈다. 마치 재즈의 역사를 한곳에서 만나는 재즈 박물관 같다.
인테리어에 눈이 홀린 것도 잠시, 고음질의 스피커 너머로 흐르는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귓가를 사로잡는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가수인 루이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그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다. 곡이 끝나고 여성, 남성 재즈 보컬의 곡들과 재즈 연주곡들이 연이어 나온다. 한쪽에 설치된 큰 화면에선 음악을 소개하는 영상이 계속 재생되고 있어 시각적 흥미를 더해준다.
친구와 함께 카페를 찾은 김광현(25) 씨는 "다양한 재즈 음악이 계속해서 흘러나와 분위기가 아늑하고 너무 좋다"며 "이곳에서 작업하고 공부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의 또 다른 볼거리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LP들. 재즈는 물론 최신 가요, 팝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음원으로 음악을 듣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LP를 구경하는 일은 색다른 재미다. 바로 옆에 놓인 오래된 전축과 턴테이블, 스피커도 아날로그 감성을 한층 더해준다.
◆음악을 나누는 사랑방
팍스카페재즈는 부부인 권기찬·배영희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권 대표는 중앙로에 위치한 음반 가게 '팍스뮤직'의 대표이기도 하다.
재즈 카페를 처음 기획한 것은 바로 권 대표. 음반 가게를 20년 이상 운영하다 보니 모르는 음악이 없을 정도로 음악 자체를 좋아하게 됐단다. 처음에는 록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10년 전부터 재즈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음반 가게도 재즈를 중심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그러던 중 단골손님들로부터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권 대표 또한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재즈를 콘셉트로 카페를 시작하게 됐다.
재즈 카페답게 배경 음악은 대부분 재즈 음악으로 구성돼있다. 선곡 기준은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기초 재즈 위주다. 권 대표가 엄선한 1700여 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음반이 나오거나 중요 음반이 재발매되면 주기적으로 곡들을 추가한다.
권 대표는 "마니아층을 위한 곡보다는 누가 들어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을 위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며 "재즈 중간중간에 영화 음악, 팝 등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의 음악들도 넣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젊은 세대들이 재즈를 찾는 비중이 늘었다고. 빌 에반스, 쳇 베이커 등 대중적인 뮤지션들의 음반을 중심으로 재즈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소장용 또는 선물용으로 재즈 LP를 찾는 고객들도 증가했다. 그런 영향인지 팍스카페재즈를 찾는 손님도 20~30대가 주를 이룬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
음악 외의 카페 운영 전반의 일은 아내인 배 대표가 담당하고 있다. 젊은 층이 자주 찾는 만큼 음악 못지않게 메뉴 구성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흑임자 라떼. 흑임자 가루가 섞인 우유 거품 위에 검은깨가 올려진 흑임자 라떼는 처음 한입 마시면 고소한 맛이 나다가 끝으로 갈수록 커피의 씁쓸한 맛이 올라온다. 각각의 고유한 맛을 느껴보다 반 이상 마시고 난 후 섞어 먹기를 권한다.
그 밖에도 카페에서 제조한 특유의 크림 아래 진한 아메리카노 맛이 일품인 아인슈페너, 직접 담근 과일로 만든 레몬·청귤 에이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음식류 중 인기 메뉴는 단연 버섯 브루스케타. 이탈리아 요리인 버섯 브루스케타는 치아바타 위에 올리브오일로 볶은 버섯, 베이컨, 양파 등을 얹고 멕시칸 치즈로 마무리한다. 한입 베어 물면 버섯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쫀득한 치즈가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배 대표는 "한 끼 식사 대용으로 거뜬하고 커피·술과도 조합이 잘 맞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팍스재즈카페의 매력은 낮에는 영락없는 카페의 모습이지만 밤에는 바의 모습으로 변신한다는 것. 세계 맥주, 칵테일, 위스키를 함께 판매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손님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준다. 여기에 재즈 음악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다.
두 대표는 카페가 좀 더 활성화되면 음악 감상회를 열 것을 계획하고 있다. 배 대표는 "오픈 초기에 음악회를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연기되다 결국 무산됐다"며 "좀 더 상황이 안정되면 재즈 공연이나 지역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기획해서 사람들이 편하게 음악을 즐기며 머물다 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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