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범어도서관에서 건축인문학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건축가, 조경가, 공간디자이너, 건축학과 교수 등 전문가를 초빙해 릴레이 강연을 이어가는 프로그램인데 꽤 많은 분을 만났다.
도서관에서 무슨 건축 강의까지 하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러나 건축도 엄연히 540(건축공학), 610(건축물)의 분류기호를 가지고 있는, 도서관 서가에 떳떳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주제 분야다. 그리고 생각보다 건축에, 공간에, 조경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많다.
올해 세 번째 건축인문학 강연을 맡은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 소장님은 작년부터 SNS와 책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를 통해 강연자로 섭외리스트에 올려놓았던 분인데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셨다.
책은 SNS를 통해 먼저 소식을 접하고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건축주 가족과 설계를 맡은 네임리스 건축이 경기도 광주의 '아홉 칸 집'을 모두 다 지은 후 그 집의 삶과 건축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목의 코르뷔지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이름을 딴 건축주의 강아지 이름이다. 아이를 미래의 건축가로 키우고 싶은 야심찬 꿈을 갖고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아홉 칸 집에는 연구원인 남편, 그림을 그리는 아내, 두 아이, 그리고 반려견 코르뷔지에가 산다. 아파트 생활에 지친 가족은 부동산 검색 사이트를 통해 땅을 찾고 많은 젊은 부부가 자녀의 불확실한 미래를 피해 도시로 이사하는 것과 반대로 도시의 아파트에서 시골로 터전을 옮겼다.
이 집은 우리의 상식을 깨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동일한 크기 정사각형 방 아홉 칸으로 구성된다. 물을 사용하는 화장실과 부엌을 제외한 방은 쓰임새를 정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공간 사용의 자유분방함이 좋았다.
아홉 칸이라는 구조적인 재미도 훌륭했지만 건축가가 제안한 가족나무도 의미가 있었다. 건축가가 주택 외부를 계획하며 가족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족나무를 제안했고, 건축주는 공사가 마무리될 때쯤 뒷마당에 선이 여린 작은 계수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
건축주 부부는 아이들의 첫 생일에 금세 잊혀 질 돌잔치 대신 기념이 될 만한 디자이너의 의자를 선물했다. 겹겹이 쌓이는 시간과 추억이 깃든 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그 의미를 잘 알고 실천하는 건축주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많이 부러웠다.
여러 가지로 부럽고 마음에 들었던 이 집의 설계자이자 책 '코르비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의 공동 저자인 건축가가 우리 도서관에 강의를 하러 온단다. 설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마침 강연 제목도 '아홉 칸 집에 담긴 건축과 삶.' 강연 후반부에는 이 책에 나온 집이 소개되었다. 나는 예습한 아이의 자신감 같은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강연을 경청했다. 진중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설명하시는 건축가의 모습은 또 어찌나 멋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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