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경규의 행복학교] 진심은 공감을, 공감은 인연을 만드는 마중물

최경규

세상 사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일이든 행함에 있어서 그 근본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한다면,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결국에는 행함의 목적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의 확산세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만남과 모임으로 바쁘다. 기존 회원도 있지만 처음 온 분들도 있는 터라 어김없이 소개의 시간은 필수적인가 보다. 며칠 전 모임, 30여 명의 회원에게 각 1분 정도의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졌고, 이 시간 동안 발표하는 분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분은 너무 속삭이듯 말하여 내용 전달이 되지 않았고, 또 다른 분은 1분을 넘겨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해,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듣지도 못하였다. 흔히들 첫인상이 중요하다 강조하는데, 첫 만남에서의 자기소개 시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말의 논리와 목소리의 차분함 등으로 말을 잘 한다, 못한다고 구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나운서의 모임이 아닌 다음에야 그러함보다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사실상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자기소개를 행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시간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짧은 시간 동안 모두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한 번 정도 그 사람에 대하여 알아보고 싶다거나 말 걸어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다.

◆진심이 묻어나오는 인사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포장된 자신을 알리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가끔 어떤 분은 지금의 모습도 아닌, 과거 자신이 잘 나간 시절의 모습만을 강조하기도 한다. 과거의 모습도 좋지만, 오늘과 미래의 모습이 더 중요하지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 때로는 이런 모습으로 자기소개를 마친다. 하지만 자기소개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정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도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서먹서먹한 분위기, '다소 부족한 사람이지만 여러분들을 알게 되어 반갑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소개는 어떨까? 아나운서와 같이 완벽하고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떨어지는 멘트보다 투박하고 다소 떨리는 목소리지만 진심이 묻어나오는 인사가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할 것이다.

잘난 사람들만 모인 자리, 자신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여 손해 볼까 봐, 사돈의 팔촌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요즘 같은 세상, 인터넷 클릭 몇 번, 지인에게 전화 한 두통으로 그 사람의 신상은 쉽게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소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장점만을 프리젠테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겸손이 깃든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재기를 꿈꾸는, 실패를 경험한 기업인들의 모임에서 한 대표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제가 살아보니 그랬습니다. 성공이라는 것도 해보았고, 실패라는 것도 해보았습니다. 지금 여기에 오신 분 중 실패의 흔적으로 너무 아파하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저는 실패를 경험한 3년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전국을 방황하며 살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에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는데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실패한 것도 다 그때의 인연이 다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힘들다고 내일도 힘들 거라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니 또다시 비칠 해를 기대하고 조금만 힘을 내어봅시다" 그의 소개는 비록 1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다음에 이어진 1시간에 걸친 재기 성공사례 발표보다 더 깊고 많은 울림을 주었다.

◆더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면

진심은 공감을 끌어내고, 그 공감은 인연을 만드는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의 자기소개를 듣고 많은 이들이 그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면서 인사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좋은 자기소개는 자기 홍보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인사였다.

무엇을 담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새롭게 간 모임에서 우리가 담아 올 것은 다른 회원의 지나간 영예나 무용담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더 궁금함에 시작되는 인연이다. 책을 내고 싶어 찾아오는 예비작가들에게 내가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책이라는 그릇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릇을 만들게 도와주는 학원도, 출판사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가 중요하지요, 무엇을 담을 수 있는지는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도, 만들어 줄 수 없어요, 본인의 삶을 녹여야 글이 되니까요"

세상 사는 이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을 담을지가 중요하다. 화려한 표지와 유명인들의 추천사가 책의 가치를 측정하지 않는다. 그렇듯 처음 만남의 자기소개 역시 나의 위치와 능력을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껏 살면서 무엇을 담고 살았는지 겸손의 목소리로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면 당신의 그릇을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최경규

최경규 심리상담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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