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택시 요금 인상, 시민 부담 고려해야

대구 택시 업계가 기본요금 대폭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대구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최근 대구시에 2㎞ 이내 기본요금을 4천600~5천 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3천300원 대비 39.4~51.5% 오른 것이다. 대구시는 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지만 시민들의 부담까지 고려해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기본요금 인상 외에도 현행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인 할증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늘리고, 할증률 역시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32초당 100원인 시간운임은 26~30초당 100원으로, 134m당 100원인 거리운임은 125~131m당 100원으로 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택시업계는 이 정도 수준의 인상이 있어야만 근로자 처우를 조금이라도 향상시킬 여력이 생기고, 이탈한 택시 업계 종사자들을 다시 현장으로 복귀시킬 수 있다고 했다.

대구 택시 업계는 이 같은 건의 사항이 묵살될 경우 생존권 차원에서 집회나 파업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보다 높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앞으로 상당 기간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대구시는 2018년 11월 이후 4년째 요금을 동결했다. 택시 업계가 인상 요구를 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요금 인상을 위해서는 타 도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는 내년 2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울산시는 3천300원인 기본요금을 내년부터 4천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3천800원으로 500원 올린 기본요금을 재차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택시 업계의 요구대로 기본요금을 올리면 서울과 비슷해진다. 택시 이용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요금 인상으로 택시 이용자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 물가 상승세가 언제쯤 꺾일지 예측할 수 없다. 대구시가 택시 운송 원가 분석 용역에서 검토한 기본요금은 3천800~4천200원이다. 택시 업계는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 요구 사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