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 했지만…" 이태원 출동한 경찰관 탄식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도왔던 경찰관·의사 등을 통해 긴박했던 사고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30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이태원 현장 출동했던 경찰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재직 중인 직장 정보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글을 작성하면 직장이 표기된다.

경찰관 A씨는 "이태원 관할은 아닌데 타관 내에서 지원 갔다"며 "아비규환 현장 상황과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라고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고생하신 경찰, 소방, 의료진과 저희를 도와주시던 일반 시민분들 감사하다"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 캡처

이 글에는 "경찰관님 잘못이 아니다" "트라우마 생기실까봐 걱정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사고 현장에 투입돼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한 의사도 아비규환이었던 상황을 전했다.

구조에 참여한 의사 B씨는 이날 YTN '뉴스출발'과 인터뷰에서 "전날 11시 5분쯤 한 골목에서 갑자기 소방대원분들이 여성 환자 두 분을 길바닥에 데리고 오더라. 그래서 무슨 일인지 가서 보니 그들을 CPR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나니까 2명이 추가로 눕혀졌고, 환자가 점점 많아져서 의료진으로서 현장에 바로 투입됐다"고 했다.

그는 "정말 (환자)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구조대원들이 바쁘게 뛰는데도 인원이 부족해 주변 시민들이 와서 CPR을 도왔다"면서 "보통 환자 한 명당 2~3명 정도 돌아가면서 CPR을 실시했고, 다른 사람들은 (환자) 다리를 주물러주거나 신발을 벗겨주고, 기도확장도 해 주고 피도 닦아줬다. (환자) 한 명당 거의 6명 정도는 둘러싸서 살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자들 얼굴이 말하기 힘들 정도로 창백했다.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같은 출혈이 있어서 기도 확장을 한 다음 구강 안에 있는 피도 뺐다"면서 "CPR을 하면서도 (환자) 복부가 점점 팽창하는 걸 느꼈다. 제가 돌봤던 환자 5~6명 정도가 모두 복부 팽창 증상을 보였고, 이미 사망한 이들도 복부 팽창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30일 오전 6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수는 이날 오전 2시쯤 59명으로 파악됐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149명으로 급증했고 중상자 중 2명이 치료 중 더 사망해 151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4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82명 중 19명이 중상을 입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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