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참사는 17년 전 경북 상주에서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콘서트 압사 사고와 매우 유사해 반복된 사고에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두 사고 모두 과도한 인파가 경사진 곳에 몰리면서 발생했다. 경사진 곳의 특성상 앞줄 누군가가 넘어져도 뒤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계속 밀어붙여 쓰러진 피해자가 겹겹으로 눌려져 질식사로 이어진 것이다.
상주 압사사고는 2005년 10월 3일 상주시민운동장 직3문 출입구에서 발생했다.
이날 자전거축제의 부대행사로 한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콘서트가 열렸는데, 당시 인기 절정의 가수들이 온다는 소식에 시민 1만 2천여 명이 몰렸다.
주최 측은 녹화 준비와 리허설 등의 문제로 인해 객석 입장을 공연시간에 임박해서야 허용했고 이에 앞자리 객석을 차지하려는 인파가 폭 10m의 경사진 출입구에 한꺼번에 몰렸다.
그러다 앞줄에서 누군가 넘어졌고 일어설 사이도 없이 뒤에서 인파가 밀며 여러 명이 사람들에게 깔려 11명이 사망하고 162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이 사고로 상주경찰서장은 직위 해제되고 김근수 상주시장은 안전 관리 소홀 등의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기소된 뒤 집행 유예 선고를 받았다. 기획사 관계자와 상주시 담당 공무원들도 법적 심판을 받아야 했다.
사망자 보상금은 1인당 2억원, 부상자는 1인당 평균 1천만원 정도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을 처음으로 만들고 지방자치단체 등에 보급하게 됐다. 경사진 곳에 과도한 인파가 진입하는 것을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매뉴얼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는 행사 주체가 없어 이 매뉴얼이 적용되지 못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한 상주시 참사와 달리 책임소재를 따지기도 어려워 보여 보상금 지급문제 등도 난항이 예상된다.
압사 사고는 스포츠 경기, 종교 행사, 지역 축제 등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달 2일 인도네시아에서 프로축구 경기 관중들이 뒤엉켜 132명이 숨졌다. 당시 경기 결과에 화가 난 관중 수천명이 선수와 팀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경기장 내로 뛰어들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자 많은 인파가 출구 쪽으로 몰리면서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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