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성걸 칼럼] 이재명의 민주당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얼굴 살이 쏙 빠졌다. 대선 때 그렇게 잠도 못 자면서 바쁘게 뛰어다녔어도 78㎏을 유지하던 체중이 70㎏으로 빠졌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지만 체중은 그리 쉽게 빠지지 않는다. 빠진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본인은 아니라지만 걱정이 많아 스트레스가 큰 것이 분명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입을 열면서 스스로 측근이라 인정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됐다. 대장동 사업을 기획하고 막대한 이익을 취했던 사람들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자랑했던 대장동 사업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성남FC, 쌍방울과 네이버 등 기업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용도 변경 등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인허가권을 행사했던 여러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이 한꺼번에 수사를 받고 있으니 본인은 부정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문자 그대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대표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에 167석을 보유한 야당 대표 자리까지 확보해 여러 겹의 방어막을 둘러쳤지만 언제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가 시작될지 모른다. 다급해진 이 대표가 예의 그 특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처음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했던 부산저축은행 사건까지 함께 특검하자더니, 대통령과 여당이 거들떠보지도 않자 곧이어 자신의 의혹만이라도 특검을 하자고 나섰다. 특검을 하려면 지난 정부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지 않고 깔아뭉개고 있을 때 했어야지 지금 하자는 것은 범죄자가 수사 당국을 선택하겠다는 억지일 뿐이다. 스스로 그렇게 주장하지 않았었나. 특검하자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이 대표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민주당이라는 공당을 사당화함으로써 대한민국 정치사에 크나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김 부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막아선 민주당 의원과 관계자들의 공무집행방해 행위는 전국에 생방송되었다. 그의 사무실이 민주당사 내에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발부된 영장의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은 것은 이 나라의 법치주의를 능멸한 것이다. 소속 의원 전원을 데리고 정치 탄압, 야당 탄압을 외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협치는 고사하고 정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용마저 저버린 것이다.

그럼 윤석열 정부가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것은 '관용'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범죄 의혹이 있어 수사 당국이 피의자를 수사하는 것은 대통령도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 법치주의요, 이 나라의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라 해서 범죄 의혹을 봐주란 말인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탄압이라는 등식은 결코 성립할 수 없다. 그에 대한 의혹은 대표로서의 이재명이 아니라 과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라는 공직을 맡았던 사람이 행한 권한 남용과 뇌물수수 등의 범죄 가능성이다. 누구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수사되고 처벌받는 것이 상식이다.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전직 대통령들도 여럿 수사하고 재판해 단죄했었다.

이 대표도 스스로 주장한 대로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당한 공권력의 수행을 가로막은 민주당은 이미 스스로 공당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한 것이다. 만일 당내에 바른 상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주당이 국민이 아니라 이 대표에게만 충성하는 사당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진 이 대표를 보호하는 척이라도 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어쩌다 공천 한 번 더 받아 재선될 수 있을지라도 범죄자를 옹호했다는 오명은 영원히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스스로 잘못이 없고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수사를 받으면 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더 이상 이 나라를 갈라놓고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지 말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퍼펙트 스톰이 덮쳐 서민 경제가 파탄 날 지경인데, 민주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에게는 오로지 이 대표밖에 보이지 않는가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