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 나간 반려묘 대신 찾아 드립니다"…'고양이 탐정' 수색 일지

고양이 습성 파악해 이동 경로 추적…골든 타임 놓치면 안돼
CCTV 등 정확한 단서 필요…잘못된 속설 따라하다 찾기 힘들어질 수도
임시보호하던 고양이 잃었다 찾아…같은 경험한 집사들 돕게 돼

고양이 탐정 황우진 씨(활동명:원룸사는 고양이)가 실종된 고양이를 수색하고 있다.
고양이 탐정 황우진 씨(활동명:원룸사는 고양이)가 실종된 고양이를 수색하고 있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앙꼬가 보이지 않는다. 숨어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뒤져도 영 기척이 없다. 이쯤 되면 '야옹' 소리가 들려올 법한데 집 안에는 적막만 흐른다. '참, 아침에 청소한다고 세탁실 문을 열었었지' 황급히 세탁실에 들어가 보니 방충망이 반쯤 열려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빌라에서 고양이가 실종됐다. 그리고 실종된 지 23시간 만에 고양이 탐정 황우진(활동명:원룸사는 고양이) 씨 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고양이 탐정은 사라진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사람이다. 기자는 이날 고양이 탐정 황 씨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고양이 탐정의 의뢰 비용은 기본은 20만원, 실종 현장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 고양이를 찾으면 사례금 20만원이 추가된다.
고양이 탐정의 의뢰 비용은 기본은 20만원, 실종 현장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 고양이를 찾으면 사례금 20만원이 추가된다.

◆탐정 1원칙. 첫 단추를 잘 끼우자

"앙꼬가 평소에 모르는 사람을 잘 따르나요?" 의뢰인을 만난 황 씨가 고양이의 성격에 대해 묻는다. 낯선 장소에 데려갔을 때 하는 행동이나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어떤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외출이나 산책을 많이 해 본 고양이의 경우에는 멀리 이동하여 발견 될 가능성도 있다. 중성화 여부도 꼼꼼히 확인한다. 사람도 그렇듯 동물 또한 본능적으로 번식활동을 하기 때문에 중성화가 안 된 경우 숨어있기보다는 본능에 이끌려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의뢰 비용은 황 씨가 달려가야 하는 거리에 비례한다. 기본은 20만원, 실종 현장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 고양이를 찾으면 사례금 20만원이 추가된다.

반쯤 열려진 방충망에 앙꼬의 털이 묻어있고 난간으로 몇 개의 발자국들이 발견됐다.
반쯤 열려진 방충망에 앙꼬의 털이 묻어있고 난간으로 몇 개의 발자국들이 발견됐다.
반쯤 열려진 방충망에 앙꼬의 털이 묻어있고 난간으로 몇 개의 발자국들이 발견됐다.
반쯤 열려진 방충망에 앙꼬의 털이 묻어있고 난간으로 몇 개의 발자국들이 발견됐다.

반쯤 열려진 방충망에 앙꼬의 털이 묻어있다. 그리고 난간으로 몇 개의 발자국들이 발견됐다. 밖으로 나간 것이 확실해 졌으니 앙꼬가 도망갔을 법한 이동 경로를 추측한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데로 가지 않는다. 대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요리조리 잘 숨기 때문에 찾기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고양이 탐정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해 고양이 찾기에 나선다.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이동 경로를 추측했다가 몇날몇일 고생만 하고 고양이를 찾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릴 수도 있어요.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죠"

고양이를 잃어버리게 된 사연도 제각각이다. 김해 삼정동에 사는 고양이 레이는 평소 문고리를 잡고 내리며 문을 열 줄 아는 고양이였는데 이를 아는 보호자가 중문까지 설치 했지만 어느날 친구 고양이까지 함께 데리고 현관문 밖으로 실종됐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고양이 복돌이는 동물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가방형 이동장을 찢고 탈출했다. "하루에도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전화를 수십통씩 받고, 매일 방방곡곡으로 출장을 간답니다"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단서가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CCTV다.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단서가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CCTV다.

◆탐정 2원칙,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단서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CCTV다. 앙꼬의 경우에도 CCTV가 있었다면 경로가 압축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 찾는 일에 누구나 열성일 수는 없다. "CCTV 제공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이 많아요. 경찰도 아닌데 왜 달라고 하냐는 말도 참 많이 들어요. 어찌저찌 받더라도 화질이 좋지 않아 형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 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 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 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 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 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 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되다.

앙꼬 집 창문에서 오른쪽으로 난 방향을 1번 경로로 설정하고 그 쪽부터 훑어보기로 했다. "귀소본능이 있는 고양이는 1만 마리 중에 한 마리도 안 돼요. 그만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죠. 집 주변에 배변 모래를 뿌리면 고양이가 돌아온다는 사람도 있는데 다른 길고양이가 배변 모래에 영역 표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따라해서 안 돼요" 황 씨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 눈을 반짝이면서 간간이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앙꼬가 사는 주택은 지붕 판넬이 일렬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다. 황 씨는 연결 돼 있는 모든 주택에 고양이를 잃어버리게 된 상황을 설명하고 고양이 목격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주민들이 호의적이라 주택 내부 수색도 허락해줘 모든 집을 면밀히 수색했다.

그리고 앙꼬 집 창문에서 왼쪽으로 난 방향인 2번 경로를 탐색하던 와중 금쪽같은 목격자가 등장했다. "어제 날이 밝을 때 몸 전체가 흰색인 고양이를 봤어요. 일반 길고양이는 아닌 것 같던데.. 마당 밖에 한동안 앉아 있더라고요. 가까이 다가가니 저쪽 계단 위로 올라가며 사라졌어요"

하지만 해당 동선을 따라 주택, 옥상까지 샅샅히 살폈지만 앙꼬는 발견되지 않았다. 목격자의 증언은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또 그것만 믿었다간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실종된 고양이와 닮은 길고양이를 보고 착각해 제보해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실종된 반려묘가 어떤 특징을 가진 품종묘가 아니고 일반 고양이 (코리안숏헤어)라면 오보가 더더욱 잦다.

"관심을 가지고 제보해주신 분에겐 감사하지만 실종된 고양이를 본 것이 확실한지, 우리 고양이만의 특징(꼬리 모양, 털 무늬, 몸 크기)을 제보자에게 확실히 물어보고 비교를 해봐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한시가 중요한 시기를 쉽게 허비할 수 있어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합니다"

◆탐정 3원칙. 등잔 밑이 어둡다

앙꼬가 도망쳤을 법한 모든 경로를 수색했지만 털 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제게 고양이 찾는 노하우가 뭔지 많이 묻거든요.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해요. 고양이를 잃어버린 반려인 마음에 공감하는 것. 내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 나갑니다"

수사를 이어가던 중 뜻밖의 장소에서 앙꼬가 발견됐다. 아랫마을 집 주인의 품 안에 앙꼬가 폭 안겼다. 보통 실종된 고양이는 건물 틈이나 구조물 속. 은폐된 공간에서 발견된다. 그렇기 때문에 포획도 고양이와 가장 교감이 깊었던 반려인이 접근해 이동장으로 유인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고양이가 계속 도망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뜰채, 그물망, 올무 등으로 강제 포획한다.

고양이와 가장 교감이 깊었던 반려인이 고양이에게 접근해 고양이를 포획했다
고양이와 가장 교감이 깊었던 반려인이 고양이에게 접근해 고양이를 포획했다

하지만 앙꼬를 포획하는 데에는 아무런 준비물이 필요 없었다. 집 주인에 안겨 있는 앙꼬를 건네 받으면서 사건은 종료됐다. "마당에 울고있던 앙꼬를 이 분이 집으로 데려가 주인을 찾을 때까지 살뜰이 챙기고 있었네요" 실제로 아파트 밖으로 탈출했다는 의뢰인 말만 듣고 외부를 실컷 수색했다가 아파트 내부에 숨어있는 고양이를 발견한 경우도 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고양이가 유도가 안 되고 계속 도망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뜰채, 그물망, 올무 등으로 강제 포획한다.
고양이가 유도가 안 되고 계속 도망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뜰채, 그물망, 올무 등으로 강제 포획한다.
고양이가 유도가 안 되고 계속 도망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뜰채, 그물망, 올무 등으로 강제 포획한다.
고양이가 유도가 안 되고 계속 도망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뜰채, 그물망, 올무 등으로 강제 포획한다.

앙꼬를 찾다보니 해가 뉘엿뉘엿 져갔다. 고양이를 찾느라 하루가 다 갔다며 인사말을 건네자 황 씨가 손을 내젓는다. "하루만에 찾은 거는 다행이죠. 14일 걸려 찾은 녀석도 있었던걸요" 대구에 사는 루미는 경남 창원 펜션을 갔다가 14일 만에야 집사 품으로 돌아왔다. 그럴 경우 잠복 수사는 물론이고 몇날 몇일을 마음 졸인 상태로 지나야 한다.

실종 장소에서 몇 km나 멀리서 발견됐던 녀석도 있다. 경남 양산 아파트에 사는 밀크는 집 주변에 숨어 있다가 자동차 엔진룸에 올라 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14일이 걸려도, 다른 지역으로 고양이가 이동해도 황 씨는 끝까지 간다. 황 씨가 이 직업을 갖게 된 것도 끝까지 가는 그의 평소 성격과 이어져 있다.

"아픈 길고양이를 임시보호 한 적이 있는데 방충망을 뚫고 사라져 버렸어요. 결국 35일만에 찾았죠. 다들 못 찾는다고 포기하라고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당시에 전단지도 붙이고 지금과 별반 다를 것없는 수색을 펼쳤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고양이를 잃어 버리면 이런 마음이구나. 이런 마음을 가진 집사들을 돕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실종된 고양이를 찾은 보호자가 고양이를 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종된 고양이를 찾은 보호자가 고양이를 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종된 고양이를 찾은 보호자가 고양이를 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종된 고양이를 찾은 보호자가 고양이를 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곳에서 12시간이 넘는 잠복을 하고 어둡고 좁은 곳을 다니는 힘든 직업이지만 그를 지탱하는 사명감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보람이다. 취재가 끝나고 며칠이 흐른 뒤 황 씨에게 문자가 왔다. "포항에서 1년 전 잃어버린 고양이를 방금 포획했습니다. 이런 일도 있네요. 기사에 이 말도 꼭 실어주세요. 집사님들. 잃어버린 고양이를 절대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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