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화천대유’를 가진 이재명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다시 '대장동'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핵심은 대장동 사업이다. 수사는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 뜰'의 1% 지분을 가진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火天大有) 대주주 김만배와 그 관계 회사 천화동인(天火同人) 4호의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을 구속하는 선에서 중지된 상태였으나 최근 급진전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의 곁가지인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모른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이재명 측근 '넘버 3' 중 하나로 불린 유 전 본부장이 구속 기간 만료로 출소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나 할까. 이에 더해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남욱마저 "'(천화동인에) 이 대표의 지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했다. 이 대표의 방어 전선에 금이 가고 있는 형국이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작년 추석 무렵 유행한 최고의 덕담이 "'화천대유' 하세요"였다. '화천대유'는 명칭이 독특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공공 환수 외 수익 대부분을 가져간 천화동인 1~7호도 마찬가지였다.

화천대유는 주역(周易) 64괘(卦) 중 최고의 괘다. '하늘 위의 불인 태양을 통해 온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다. 천화동인은 '어두운 하늘 아래 붉을 밝혀 사람을 모은다'는 뜻이다. 자산관리회사가 주역에서 따온 사명(社名)을 갖고 있는 것에서부터 사업 수익을 독차지한 것까지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이 대표의 대선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면 이해의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 두 괘를 다 가지면 대권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의 '대동(大同)세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대선에는 '큰돈'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을 모아야 한다. 주역 최고의 괘를 차용한 대장동 프로젝트가 오히려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은 격이다. 이 대표가 처한 현실을 보면 최고의 '괘'와 '패'를 잡았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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