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블라인드 채용 폐지, 차별의 정당화 되어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최근 몇 년 동안 우수 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었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블라인드 채용 폐지가 향후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모든 공공기관에 의무 도입했다. 채용 과정에서 선입견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였다. 의도가 선(善)하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출신 지역·가족관계·학력·외모·나이 등 소위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은 모두 배제하도록 했다. 지원서에 사진조차 붙일 수 없어 '깜깜이 채용'을 불러왔고, 국가경쟁력 하락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국가 중요 시설 '가'급인 원자력연구원 연구원으로 중국 국적자가 선발되기도 했고, 50대가 신입 사원으로 합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서류와 면접에서 변별력을 갖추기 힘들다 보니 필기시험의 가중치가 높아지기도 했다. 공공기관은 각자 고유의 목적과 목표가 있다.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라면서 아무런 자료도 활용할 수 없게 하고 획일적 기준만 강요한 것은 잘못된 정책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성장한 MZ세대는 '조국 사태' 때 보아왔듯이 대물림 사회의 불공정에 특히 분노한다. 취업준비생의 39%가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을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가족관계와 학벌 등 직무와 관계없는 질문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블라인드 채용 폐지 흐름이 앞으로 지방대 출신 공공기관 취준생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주요 대기업 중에는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 면접 등의 전형에서 출신 지역, 가족관계, 학력 등을 가리고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획일적 강압적 블라인드 채용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모든 MZ세대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정책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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