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들 집단 트라우마 우려…전문가 "사진과 영상 반복 노출 자제"

"직접 목격 않더라도 트라우마로 발전할 가능성"

최종문 경북경찰청장과 하원호 공공안전부장, 김동욱 자치경찰부장 등 경북청 간부급 15명은 31일 오후 4시쯤 경북도청 동락관에 마련된 도민합동분향소를 찾아
최종문 경북경찰청장과 하원호 공공안전부장, 김동욱 자치경찰부장 등 경북청 간부급 15명은 31일 오후 4시쯤 경북도청 동락관에 마련된 도민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넋을 기렸다. 경북경찰청 제공

대구에 사는 공무원 A(31) 씨는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을 사진과 영상으로 접한 뒤 잔상이 지워지지 않아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는 모자이크 없이 모포에 덮인 시신이 거리에 있는 장면, 여러 명이 동시에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 등이 떠올라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특히 구급차 근처에서 '떼창'(떼를 지어 노래를 부름)을 하는 장면, 심폐소생술을 하는 와중에 근처 가게에서 틀어 놓은 음악 등이 떠오를 때면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며 "경기장이나 콘서트장같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는 한동안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는 아니지만, 사고 초반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나 2014년 세월호 등 과거 대형 참사 당시의 트라우마를 다시 겪을 것 같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뉴스 등 사고 소식을 의도적으로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완석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직접 사고를 목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목격하더라도 개인의 취약성에 따라 트라우마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며 "추모는 일종의 감정을 자제한다는 의미인 만큼, 지금 잘잘못을 따지거나 분노를 실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역시 유가족이나 부상자들이 굉장히 힘들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향후 사고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금 추모를 하며 냉정해져야 할 때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인해 국민은 또 하나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됐다"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권했다.

31일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인터넷, SNS 등에서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 조작 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 등이 공유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절대 자제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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