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녀 4~5명이 '밀어, 밀어' 외쳐"…이태원 참사 생존자 증언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인파가 몰려있는 골목 뒤편에서 '밀어'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29일 밤 사고 현장에 있었던 A씨는 3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밀어'라고 외치는 소리를 실제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인파 속에서 한 시간~한 시간 반 정도 있었다.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시간은 30~40분으로 체감됐다"며 "당시 9시 40분 정도부터 사람이 더 몰리기 시작하더니 통행이 점점 힘들어졌다. 통행이 불가능해지게 된 이후부터는 뒤에서 밀고 앞에서는 넘어지게 된, 아주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네다섯 명의 남성과 여성분들이 '밀어라'는 말을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사람들이 그 말을 따라했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져서 결국 제가 있는 곳까지 밀쳐지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앞에서 비명지르고 '뒤로'라고 외치는 것이 뒤쪽에선 안 들렸냐'고 묻자 "자신들이 뒤에서 '밀어, 밀어'라고 외치고 있었고 노랫소리도 크다보니 앞쪽에서 '뒤로, 뒤로'라고 외쳤던 걸 못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클럽 노랫소리가 커서) 바로 옆 사람을 건너뛰면 대화가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이 신나서 더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사고 당시) 벽 쪽에 있었기 때문에 구출됐다"라면서 "그때 이미 의식을 잃어서 눈에 초점이 없거나 얼굴색이 변하신 분들이 주변에 계셨다. 제가 본 것은 여성 두 명, 남성 한 명"이라고 했다.

그는 구급차 사이렌이 울리는 현장 바로 옆에서 일부 취객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 또한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앞서 구급대원들이 CPR을 시행 중인 현장 바로 옆에서 '섹스온더비치(Sex On The Beach)'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취객들의 영상이 확산돼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사람들이 당시 상황을 전혀 몰랐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고 있다는 게, 너무 인간적으로 옳지 않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급차도 보이고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고 했다.

그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 이유로 "일단 우선 가게들의 너무 큰 노랫소리로 인한 그 현장에서의 의사소통의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둘째로는 좁은 도로의 특성상 사람이 몰리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서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파악하지 못한 것, 마지막으로 앞으로 가기 위해 뒤에서 민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조인력이나 경찰인력이 교통정리를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엔 "그분들도 진입하기 무척 힘든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엄청 일찍, 한 8시 그 전부터 했다면 (사고가) 없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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