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복합 불황에 빠졌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지정학적 이슈가 더해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버금가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의 최근 발언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0.3% 줄어들었고, 삼성전자 역시 전년 3분기 영업이익이 15조8천175억 원에서 올해 10조8천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이들 기업마저 4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45년 업력의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지난달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파업이나 부도 등으로 회사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생존의 희망을 찾기 어려워 포기한 것이다. 2026년 1월 수입 우유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국내 유제품 기업들의 줄초상이 예고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생존의 위기는 비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 국내 은행이 전망한 올해 4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42로 3분기(33)보다 크게 증가했다. '카드 사태'가 벌어졌던 2003년 3분기(44)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상환 능력 저하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 등으로 가계의 신용 위험이 크게 증가하면서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에 이어, 제도권 내 마지막 대출처라고 할 수 있는 대부업체마저 대출 축소 또는 중단에 나섰다. 금리가 뛰면서 채권을 비롯한 자본시장이 자금 부족으로 흔들리고, 문턱이 높아진 은행들이 대부업체로 흘러가는 자금을 급격하게 줄인 탓이다. 이제 서민들은 초고금리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계 파산의 위험은 그만큼 커지고 있다.
사회적 안전마저 위태롭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좁은 골목길에 수천 명이 뒤엉켜 대참사를 빚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지루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눌렸던 젊음의 열기가 분출하면서 뜻하지 않게 참극이 벌어졌다. 경제적 위기에 따른 가중된 압박이 또 어떤 사태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생존을 위해 자중자애(自重自愛)가 요구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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