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방 살릴 '고향사랑기부금제'

박용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지난해 9월 말 여야 합의로 국회를 전격 통과한 고향사랑기부금제는 내년 1월 전국적 시행을 앞두고 성공적 제도정착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향사랑기부금제는 현재 주소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기부자에겐 전체 기부액의 30%까지 지역 농특산품이나 상품권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어 농어민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는 이미 출생아가 사망자 수보다 낮은 '인구 데드크로스'에 들어섰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해 국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국토 면적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은 거주 인구 비율이 50.4%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였으며, 지역내총생산(GRDP)의 수도권 비율은 2020년 52.5%로 인구 비중보다 높았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과는 달리 과도한 홍보 활동 규제라든지 전국 모든 지자체의 모금 활동을 허용하는 등 일부 조항 때문에 이 법의 취지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도 속속 나온다. 현재 고향사랑기부금법은 홍보 방법으로 개별적인 전화나 서신, 전자적 전송 매체의 이용과 개별 방문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연구원은 지난 8월 이 제도에 대한 대국민 인식률이 9.5%에 지나지 않고, 이를 기준으로 첫해 기부 금액이 1천억 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지자체로 나누면 한 지자체당 4억5천여만 원. 지방재정에 기여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대국민 인식률이 30%까지 올라가면 기부 금액은 3천116억 원으로 예측된다. 결국 대국민 홍보가 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고향사랑기부금제의 입법 취지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자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국 모든 지자체로 확대된 모금 주체를 재고(再考)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 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부금 모금 주체를 인구 감소 지역에 속한 기초지방자치단체(2021년 기준 전국 89개 시·군·구)로 제한하도록 개정 발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부금 한도 또한 연간 상한액을 1인당 최대 500만 원까지 허용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홍보 수단 규제에 따른 대국민 인식률 저하로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금액까지 규제한다면 지자체 재정 활성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세액공제 또한 10만 원 기부 시 전액 공제, 10만~50만 원 기부 시 16.5%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전액 세액공제 금액을 확대해야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2008년 고향납세제를 먼저 시행해 성공을 거둔 일본의 경우 전액(자기 부담액 2천 엔 제외) 공제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고향사랑기부금제가 활성화되려면 당초 취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단순한 입법 통과가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행 초기 77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기준 약 6조7천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을 보인 일본 고향납세 제도의 성공 이면엔 제도 홍보 및 세제 혜택, 답례품 개발 등 끊임없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교훈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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