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1일 저녁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저녁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현철 논설위원
모현철 논설위원

이태원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합동분향소엔 추모 행렬이 이어진다. 대구와 경북 합동분향소에도 시도민들이 국화꽃을 들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애도했다.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압사 사고는 일상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 등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면 압사 위험이 있다.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모두를 힘들게 한다.

세월호 참사 등 과거 대형 참사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20대가 다수다. 트라우마는 죽음의 위협이 될 만한 사건을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옆에서 사건을 지켜본 사람,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 나타난다. 현장에서 참사를 직접 목격하지 않았더라도 참사 영상이나 사진 등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트라우마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트라우마는 지속돼 고통을 준다.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건 희생자들에 대한 비난·혐오, 악성 댓글 등이다.

17년 전 경북 상주 가요 콘서트 압사 사고 현장에 있었다가 가까스로 화를 면한 상주 출신 김모(34) 씨는 "그날의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상주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김 씨는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는 '아이쿠, 아이쿠'를 연발하면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크기와 공포심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김 씨는 트라우마가 생겨 사람이 운집한 장소는 피하고 있다고 한다. 버스나 지하철도 만원이면 절대 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악몽을 떨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절실하다는 뜻도 전했다.

참사 진상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도 중요하다. 다수 군중 밀집 시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급하다. 하지만 매뉴얼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안전 의식이 몸에 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성세대는 꽃다운 청춘들을 지킬 의무가 있다. 여야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 등 국민 안전 확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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