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와 '카카오T'의 차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다'는 일반 자동차와 운전자를 묶어서 빌려주는 운송 플랫폼이다. '카카오T'는 운전자와 승객으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운송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타다'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법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타다'와 같은 서비스를 금지해서 택시 타기가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정말 그런가. 출퇴근 시간대, 늦은 밤 외에는 쉽게 택시를 탈 수 있다. 할증 시간대를 조정하고 할증 요금을 인상하면 된다. '카카오T'도 말썽이다. 다른 플랫폼에 가입한 운전자에게 승객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법률, 의료 시장에서도 플랫폼이 문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했다. '로톡'은 변호사를 홍보하는 플랫폼이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를 홍보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건 알선(斡旋)과 달리 변호사 홍보는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강남언니'는 우리나라 회원만 380만 명인 성형 관련 플랫폼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강남언니'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의료법에 의하면 병원 광고는 가능하지만 진료 방법과 진료비를 알릴 수는 없다. 정부는 '강남언니' 손을 들어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거의 모든 서비스업에서 기존 사업자와 플랫폼이 부딪치고 있다.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싸움이다. 플랫폼과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플랫폼의 원뜻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요즘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곳을 플랫폼이라 한다. 플랫폼은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broker)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왜 플랫폼이 거래를 중개하는가. 플랫폼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많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한곳에 모아서 적은 비용으로 거래를 성사시킨다. 플랫폼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나타난다. 이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이용료는 하락한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정보도 증가한다. 모든 이용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되면 그 누구도 정보를 이용해서 이득을 얻을 수 없다. 물론 플랫폼의 문제점도 있다. 규모의 경제는 독점을 초래하고 독점은 이용료 인상으로 연결된다. 자신이 중개한 거래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플랫폼이 공급자로 나서기도 한다.
택시, 공인중개사, 보험모집인, 배달 업종에서 공급자들은 완전경쟁 상태에 있다. 공급자 수가 많고 서비스는 동질적(同質的)이다. 공급자가 수요자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갖지 않는다. 거래비용도 크지 않다. 이러한 업종에서는 플랫폼이 거래를 중개할 실익이 없다. 플랫폼이라는 고래가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새우 사이에 끼어든 형국(形局)이다. 변호사, 의사, 건축사와 같은 전문직은 다르다. 이들은 일종의 길드(guild)를 형성하고 담합(談合)한다. 더구나 전문가는 수요자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갖는다. 정보가 비대칭적이다. 거래가 많지 않으나 거래비용이 크다. 여기에서는 플랫폼이 길드를 깨고 거래비용을 줄인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이런 걱정을 한다. 법률 서비스는 변호사에 따라 다르다. 의료 서비스는 의사마다 다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에는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일리(一理)가 있다. 그렇더라도 부작용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지 말자. 불완전한 정보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 대다수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법률, 의료 서비스는 정형화(定型化)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복잡한 서비스가 필요할 때는 소비자가 비용을 더 들여서 전문가 중의 전문가를 찾을 것이다.
지금은 플랫폼 전성시대이다.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 나쁜 플랫폼과 좋은 플랫폼이 섞여 있다. 나쁜 플랫폼은 약자인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이득을 챙긴다. 좋은 플랫폼은 독점의 이득을 줄이고 소비자 후생(厚生)을 증가시킨다. 정부는 나쁜 플랫폼과 좋은 플랫폼을 가려서 규제해야 한다. 가라지와 알곡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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