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한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는 7만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일어났고,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의 교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제 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하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태원 참사가 하인리히 법칙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사고의 징후(徵候)들을 간과한 탓에 대형 참사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참사가 발생하기 3시간 41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인파가 많으니 통제해 달라"는 11건의 112 신고가 들어왔으나 경찰의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 사고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제대로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참사가 일어난 현장 역시 사고 위험지역으로 꼽혔던 곳이다. 이태원 상인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장소는 주말은 물론 매년 대형 행사 때마다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 옴짝달싹 못 하던 곳이었다. 골목에 경사도 있어 평소에도 인파가 몰릴 때엔 한 사람만 넘어져도 도미노로 몇 사람이 넘어졌다고 한다. 당국이 관심을 갖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하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좁은 장소에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가 난 사건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 자전거축제 행사에선 공연장으로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넘어지면서 11명이 사망하고, 162명이 다쳤다. 이를 망각하고 인파 관리에 소홀해 대형 참사를 불러왔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것은 대형 참사에 대한 대처다. 대형 참사를 겪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는 것은 후진국, 사고 예방 시스템을 정교하게 마련해 사고를 막는 것은 선진국이다. 수많은 대형 참사를 겪고서도 허술한 사회 안전망을 방치해 대형 참사를 되풀이하는 한국은 후진국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징후들과 그 전의 압사 사고에도 대책 마련을 등한히 해 참사를 막지 못했다. 언제까지 비극을 되풀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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