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몰려 머나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음악가 윤이상(1917~1995). 독일에 체류하며 베를린 음대 교수를 지낸 그는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 축하행사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 '심청'의 성공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유럽 평론가들은 '20세기 중요 작곡가 56인' 중 한 명으로 그를 꼽았고, 생전 '유럽에서 현존하는 5대 작곡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건물 동판에 새겨진 위대한 음악가 44명 중 한 명이란 점도 그의 위상의 짐작하게 한다. 이들 중 20세기 음악가는 윤이상을 포함해 네 명뿐이다.
그는 우리 전통 양식과 색채, 기법을 차용해 서양 악기로 자연스럽게 묘사하는데 특화돼 있었다. 유럽 평론가들은 그를 '동양사상을 담은 음악으로 세계음악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작곡가'로 평가했다.
윤이상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오페라 '심청'이 18일과 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이다. 한국에선 1999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이후 2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심청'은 '심청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1972년 초연 당시 "동양의 신비한 정신세계를 심오한 음향과 정밀한 설계로 표현해냈다"고 호평 받았다.
이번 작품은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니멀하면서도 현대적인 무대 연출을 통해 천상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 물속의 세계를 신비롭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탄생시킨다. 특히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고 환생하는 물속 세계와 심청이 부활해 연꽃으로 표현되는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라는 게 대구오페라하우스 측 설명이다.
고난도의 음악적 표현으로 성악가의 높은 역량과 도전정신을 요구하는 작품답게 캐스팅 또한 화려하다.
심청 역은 영남대 교수인 소프라노 김정아와 국내외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윤정난이 맡았다. 심봉사 역은 대경오페라단 단장인 바리톤 제상철과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에서 주역으로 데뷔한 베이스바리톤 김병길이, 뺑덕 역은 메조소프라노 최승현‧백민아가 각각 맡는다. 그밖에 뉴욕 카네기홀 링컨센터 수상자 음악회를 통해 데뷔한 소프라노 강수연, 불가리아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한 소프라노 정선경 등 수준급 성악가가 여럿 출연한다.
지휘는 1999년 한국 초연 당시 지휘를 맡았던 최승한이 다시 맡았다. 디오오케스트라, 대구오페라콰이어, 벨레커뮤니티코러스가 함께 무대를 꾸민다.
18일 오후 7시 30분, 19일 오후 3시 공연한다. 관람료는 VIP석 10만원,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1만원이다. 053-666-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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