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핵 보유 회귀하는 스웨덴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스웨덴은 동서 냉전이 시작된 1950년대에 독자적 핵 무장을 추진했다. 코앞에 있는 소련 때문이다. '소련이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는 공포감은 스웨덴 국방의 상수(常數)였다. 그 중심에 소련의 핵무기가 있었다.

이런 소련 핵에 대한 공포가 스웨덴을 핵 무장으로 이끌었다. 1941년 설립된 군사물리학연구소를 중심으로 1945년부터 핵무기 개발에 진력해 1955년에는 핵무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췄다. 이어 1957년 국방부는 향후 7년 안에 핵 보유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선언했고 1958년에는 여야 당수들이 모여 핵 무장 옵션을 열어두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959년 스웨덴은 비핵화로 급선회했다. 민간의 원자력 기술이 더 발전할 때까지 핵 개발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군부는 전술핵을 보유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스웨덴은 1968년 "핵무기 보유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했다. 이렇게 '비핵화'로 선회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소련이 침공할 경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암묵적 계산이 가장 컸다.

그랬던 스웨덴이 핵 보유로 회귀하려 한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최근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핵무기 배치에 대한) 어떤 전제 조건도 달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국 영토에 핵무기 배치를 사실상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핵 무장이 아니면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 야당의 자세는 너무나 안이하다. 절대다수 의석의 제1야당 대표는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 재배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핵 배치 말고 북한 핵에 맞설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북한이 핵을 쏘면 앉아서 맞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인사가 그 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한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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