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나사 풀린 국가 안전 시스템, 국민은 불안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 이태원 참사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보루인 군과 경찰이 나사 풀린 모습을 보여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6·25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쏜 지난 2일 우리 공군은 훈련으로 대공 미사일 3발을 쐈다. 하지만 이 중 2발이 발사에 실패했다.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 1발은 발사 후 25㎞를 날아가다 교신 불안으로 자폭했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은 2발 중 1발이 발사 직전 레이더에 오류가 포착돼 발사를 못 했다. 지난달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쏜 '현무-2' 미사일이 발사 방향과 반대로 날아가 강릉 군부대에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북한의 위협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데 정작 우리 군은 무기 관리와 사격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국민 불안이 증폭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울릉도를 향했던 지난 2일 울릉군 모습은 안보 태세에 허술한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었다. 울릉군의 재난안전 문자 메시지는 사이렌 경보 발령 20여 분 후 발송됐고, 안내 방송은 40분 후 이뤄졌다. 울릉군엔 8곳의 지하 대피소가 있었지만 평소 민방위 훈련 경험이 거의 없어 주민들은 대피 장소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날 울릉경찰서장은 조기 퇴근해 관사에서 상추 수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를 전후로 한 경찰 대응은 경찰 존재 이유인 치안 확보와는 동떨어졌다. 이태원 일대 치안을 책임진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식당을 떠나 참사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상황 지휘를 한 흔적이 없다.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책임자였던 상황관리관은 상황실에서 근무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 근무 태만, 기강 해이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경찰청장, 서울청장, 용산서장, 112 책임자 등 제대로 일을 한 경찰 지휘부를 찾기 어렵다. 무사안일에 빠진 군과 경찰 등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잡고, 나사 풀린 국가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조여야만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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