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의 향후 5년을 통치할 인물을 뽑는 중국의 20차 당대회가 끝났다. 9천671만 명의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의 5년에 한 번 열리는 당대회는 정치권력 배분의 장(場)이자 권력투쟁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다.
중국의 20차 당대회는 전당대회라기보다는 시진핑 군단(习家军)의 단합 대회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간 중국은 7명의 상무위원이 공동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집단지도체제 안에서 상무위원의 4명 이상을 장악하면 권력을 쥐는 형국이었지만 이번에는 시진핑 군단이 상무위원 7명을 싹쓸이하는 양태를 보였다. 지난 30년간 유지되어온 집단지도체제와 장쩌민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상해방,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공청단파와의 상호 견제와 균형은 완전히 사라졌다.
세계 2위인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1위를 꿈꾼다. 미국이 무역 전쟁, 기술 전쟁으로 전쟁터를 확대시켜 가는 과정에서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 시진핑 군단의 권력 독점의 논리다.
중국은 2035년에 경제력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2049년에는 군사력에서도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1위의 꿈을 '사회주의 현대화'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포장했다. 서방세계에서는 줄곧 중국 위기론, 붕괴론을 주장하지만 IMF 10월 예측치에 따르면 중국 GDP는 2021년에 미국 GDP의 77%에서 2022년에는 81%, 2027년에는 93%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중국은 없고 미국은 있다는 것이 '동맹'이다. 그러나 돈 되면 적과도 손잡고 돈 안 되면 친구도 버리는 것이 냉혹한 국제사회의 법칙이다. 미국이 우크라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려고 유럽의 나토 동맹을 동원했지만,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을 그대로 유지하고 새로운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경제협력을 다짐했다.
프랑스는 중국이 7월 이후 에어버스를 두 번에 걸쳐 각각 292대, 170대를 사 주는 계약을 하자 중국에 대해 입을 닫았다. 미국의 쿼드 동맹의 서쪽 축인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이것이 국제관계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국제관계에서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이다. 중국 돈이 말을 하자 유럽이 입을 닫았다.
중국이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내건 새로운 어젠다는 '중국식 현대화'다. 미국을 베껴 2등까지 왔지만 1등을 넘어서려면 미국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방식으로 세계 1위를 쟁취하겠다는 말이다. 미국과 기술 전쟁에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통해 미국 기술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의 법과 제도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중국식 법과 제도로 만든 시스템으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그간 30년 우리가 보아왔던 중국이 아니다. 서방 언론에서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포기하고 다시 폐쇄경제로 돌아선다는 주장이 많지만 중국의 당대회 보고문을 읽어 보면 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 경제의 플랫폼 위에서 사회주의 개발독재를 하려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문제다. 중국은 역사 이래로 민주주의를 한 적이 없는 나라다. 중국은 새로운 관리가 부임하면 세 개의 횃불을 흔든다는 말이 있다. 시진핑 일인 집권 시대가 열리긴 했지만 오히려 집권 초기에는 신임 관리들의 잘해 보겠다는 의욕이 넘치고 신임 관리 간의 정책 경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강해졌을 때 한반도를 가만 내버려둔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로 한국과의 기술협력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더 위험한 중국이 다가오고 있지만 한국의 실리는 더 커질 수 있다. 미·중이 싸우는 중이고 무역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대중 관계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이다.
중국의 코로나에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서 코로나를 먼저 안정화시킨 중국의 경기 회복이 가장 빠를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면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 중국에 대한 비관보다는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 중국에 대한 낙관의 관점이 안전하다.
돈을 앞에 두고는 냉정해지라는 말이 있다. 서방의 예측처럼 중국이 일인 집권의 부정적 효과로 폭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개발독재를 하는 경우 중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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