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북한의 안보 딜레마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국제정치학자 존 허즈는 1950년 '이상주의 국제주의와 안보 딜레마'라는 논문에서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특정 국가가 군사력 증강을 하게 되면, 국제적 무정부 상태에 놓인 주변국 입장에선 군사력 증강의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안보 불안이 초래되어 군사력 증강으로 맞대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자국의 안보를 위해 취했던 군비 증강이 주변국의 군비 증강을 초래함으로써 오히려 안보 불안에 노출되고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소련은 안보를 위해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이다가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안보 딜레마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2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무려 미사일 25발을 발사한 데 이어, 3일에도 오전 3발 및 오후 3발의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3일 발사한 미사일 중 한 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미 공중 연합훈련 '비질런트 스톰'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4발을 쐈다. 4일에는 군용기를 대거 출격시켜 180여 개의 항적이 식별되는 유례없는 공중 활동을 했다. 그동안 북한은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때면 '말 폭탄'을 쏟아내는 것이 관례였다.

실제 행동에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CBM 2천만~3천만 달러, 중거리탄도미사일 1천만~1천500만 달러,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300만~5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국국방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연간 수입한 쌀값이 7천500만 달러라고 한다. 4일간 북한의 도발은 북한 주민의 관점에서 볼때 '천문학적 비용'이 든 셈이다. 군용기를 띄우고 수백 발의 포탄을 쏟아붓는 데에도 '돈'이 든다. 도발할수록 북한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에 따라 한미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우산' 훈련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 전략 자산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미 국방장관은 이례적으로 "동맹에 대한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유례없는 북한의 무차별 도발이 한미 동맹의 유례없는 강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이 김정은의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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