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뷰를 하던 와중 작품에 관련된 영감이나 소재를 어디서 찾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뭔가 거창하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사실 정말 일상의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것들인지라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그렇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재는 늘 가까이 있다. 억지로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면, 금방 들통나기 마련이다. 어느 힙합 아티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그러한 작업은 '리얼'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본인다운 이야기를 할 때, 자연스러우면서도 임팩트가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 야외 오페라 축제 연출부 활동을 하면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애자'라는 작품이 있다. 오페라 축제 공청회 당시 한 주민이 동네의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해 얘기를 한 것이 계기였다. 순간 머릿속에서 '아! 이러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이 비단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마음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으로 첫 대본을 써내려갔다. 첫 대본 작업 이후, 본격적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소재를 찾고 영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마음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내게 적합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한 소재를 만나기 위해선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관심을 열어두고 늘 자신의 마음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브 밴드와 함께한 뮤지컬 '별'이라는 작품은 환경오염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소년과 소녀의 우정에 관한 아포칼립스 배경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 게임을 하다가 영감을 얻었다. 게임을 못 하고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종합예술인 게임만큼 다양한 세계관과 상상을 넘어서는 스토리, 웅장한 음악을 쉽게 방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잘 없기에, 시간이 나면 늘 여러 플랫폼에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구매해서 즐겨보는 편이다.
또한 대구문화재단의 대본 공모에 선정된 뮤지컬 '별의 아이'는 평소 좋아하는 가수 윤하의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영감을 받았고, 몇 년째 경북 투어를 다니고, 여러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 판소리 음악극 '옹고집전'은 어린 조카에게 만화책을 읽어주다가 쓰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대본 작업에 참여한 음악극 '청춘, 그 찬란한 날들'은 그야말로 나의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사회에 뛰어들어 걸어온 날들 속에서 서툴고 어설픈 모습들을 떠올리며 솔직하게 녹여내고자 노력했다.
멀티버스 시대에 개인의 문제를 전 우주의 사건으로 확장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영화를 보며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시대를 통과하는 거대한 담론보단, 개인의 소소한 생각이 공유되는 동시대엔 스스로만큼 큰 소재의 바다는 없는 듯하다고.
물론 세상을 보는 통찰의 눈과 생각도 키워야 하겠지만, 진정 스스로가 어떠한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하는지 잔잔한 마음의 물결도 세심히 돌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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