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봉화의 기적

모현철 논설위원
모현철 논설위원

영화 '기적'은 국내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이자 한국 최초의 민자 역사로 알려진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양원역'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은 도로 환경이 열악해 버스 등 대중교통이 닿지 않던 곳이다. 이 역이 생기기 전 이 마을 주민들이 인근 승부역이나 분천역에서 하차 후 철길을 걷다 열차에 부딪히는 사고도 잦았다. 주민들이 돈을 모아 대합실, 승강장, 역명판 등을 모두 직접 만들었다. 기적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이 탄생한 것이다.

봉화에서 일어난 영화 같은 또 하나의 기적이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4일 밤 무사히 생환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21시간 만의 기적이다.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지만 버티고 이겨낸 것이다. 이들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면서 기적처럼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생환은 이태원 참사로 충격과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에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국민들은 이들의 생환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두 개의 기적은 기적처럼 보이지만 기적이 아니다. 양원역의 기적을 만든 주인공은 마을 주민들이다. 청와대에 민원을 넣는 등 오지 마을 주민들의 간절함이 양원역을 만들었다. '기적의 생환'을 만든 것은 두 광부의 현명한 대처와 필사적인 노력, 구조대의 끈질긴 분투였다. 광부들은 체온 유지와 수분 공급 등 대피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다. 190m 땅속에서 삶의 희망을 잃지 않은 광부들과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 24시간 쉬지 않고 굴착 작업을 한 동료 광부들과 소방대원들의 헌신도 기적을 만든 요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8일 열린 실·국장 간부회의에서 "봉화의 기적은 관계 부서와 소방이 끝까지 열심히 구조 활동을 한 결과"라며 "기적은 공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챙겼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 도지사는 "끝까지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공직사회는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기적은 그냥 오지 않는다. 기적은 준비하고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봉화에서 시작된 기적이 전국으로 확산돼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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