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봉화 광부 퇴원, ‘기적의 생환’ 헛되지 않게 해야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한 뒤 입원 치료를 받던 광부 2명이 11일 퇴원했다. 지난 4일 밤 극적 구조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발생한 광산 매몰 사고로 지하 190m에서 채굴 작업을 하다가 고립됐다.

사고 당시 작업반장이었던 박정하 씨는 퇴원에 앞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지금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가지만 전국 각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광부들은 아직 어두운 막장에 있다"며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안전 점검과 실태 조사로 광부들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광산 등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호소해 울림을 준다.

감소 추세였던 광산 재해 사고와 사상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스럽다. 2012∼2013년 50건대였던 광산 사고는 2014∼2019년 30건대 안팎으로 감소했고, 2020년 22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24건, 올해 9월까지 27건으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사상자 사고 또한 2012년 60건에서 2020년 23건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24건, 올해 9월까지 29건으로 증가해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광산 산업의 미흡한 첨단화 수준과 겉치레 안전 점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광산 산업이 사양 산업이다 보니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과 장비의 선진화·첨단화가 미진해 재발 우려가 상존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말까지 국내 가행(광물을 캐는 작업 중인) 광산 325곳 가운데 재해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35곳 광산에 대해 민관 합동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선다. 긴급 점검에서 제외된 290여 곳의 가행 광산은 내년 상반기까지 점검을 완료하기로 했다. 정부는 겉치레가 아닌 실질적인 안전 점검이 이뤄지도록 힘써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점검 인력을 보강할 필요도 있다. 매몰 사고 광부들은 이태원 참사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생환의 기적'을 보여줬다. 기적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안전한 광산을 만들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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