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라임 김봉현 도주와 재판 지연 의혹, 법원의 불의(不義)에 분노한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1조6천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보석 상태에서 지난 11일 재판을 앞두고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달아났다.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 결심 공판을 앞둔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권과 검찰 등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아 왔다. 충격적인 것은 김 전 회장의 '도주'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사실상 법원이 방조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최근 김 전 회장이 중형을 예상하고 도주할 것을 대비해 다른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1년 넘게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수감 동료들로부터 '중국 밀항을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또다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보석 결정의 취지가 존중돼야 한다"면서 기각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밀항 준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김 전 회장의 대포폰에 대해 통신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법원은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한 다음 보석을 취소했다. 법원이 범죄자 편에 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린 경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후원금 등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은 2년 2개월이 지나도록 1심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기소된 지 3년간 1심이 아직 진행 중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역시 기소된 지 2년 10개월이 지났지만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울산 선거 공작으로 당선됐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4년 임기를 다 채우고 지방선거에 재출마하는 코미디까지 벌어졌다. 비상식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재판은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 실세들의 권력형 범죄들이다. 이러고도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자임할 수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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